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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임요산칼럼] 한나라당의 모양이 점입가경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김종인 이상돈 위원의 폭주(暴走)로는 모자란 듯 동안(童顔)의 청년까지 나서 거침없는 현하(懸河)의 변을 쏟아 내고 있고 있다. 친이(親李)계 인책 용퇴론에 이어 보수정당 한나라당의 강령에서 ‘보수’를 빼자는 소리가 나오더니, 급기야 과거사 들추기로 번져 ‘전당대회 돈봉투’까지 문제가 되었다. 한나라당이 거듭나기 위한 산고(産苦)이기는 하지만 자칫 산모까지 잡는 상황이 되었다.

자중지란으로 MB계 자멸 위기
난세(亂世)에는 별에 별 인간의 군상(群像)이 볼거리가 된다. 그 중 이준석 비대위원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취임 축하 난을 치워버렸다고 기자들에게 떠벌였다. 더욱 가관인 것은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은 김근태, 이정희, 최재천”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들이 어떤 인물인지는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 위원은 한마디로 설 자리를 잘못 찾았다. 통합진보당이나 통합민주당이 어울린다. 이런 그에게 한나라 현역 의원들과 총선 공천을 노리는 이들이 축하난과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스물일곱 청년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철없는 인간이 완장 차고 대정당의 명줄을 쥐락펴락 하게 된 현실이 개탄스럽다.

한나라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돌았다는 이야기를 꺼낸 고승덕 의원의 경우는 친이계 대파국의 전주곡이 될 모양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돈봉투 장본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진실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왜 몇 년 전 일이 지금 불거지느냐는 게 뜨거운 화제다.

고 의원은 2007년 대선에서 BBK 방어를 맡았다.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그 공으로 한나라당 비례대표나 다름없다는 서울 강남 3구 중 서초에서 국회의원이 되었다. 비대위는 한나라당 깃발만 꼽으면 당선된다는 이른바 강남벨트 10여 의석을 전부 새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가 되어가던 참이다. 위기에 처한 고 의원이 친이계 거물을 본보기로 물고 들어가는 대신 공천을 보장받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고 위원은 그 같은 내용을 비대위가 구성되기 전인 지난달 13일 한 신문 칼럼에 썼고, 한 방송이 뒤늦게 여기에 주목한 데서 발단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감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어떤 파문이 일 줄 몰랐단 말인가.

난세에 적나라한 인간 군상
이제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게 되었다. 진의야 어쨌건 간에 친이계 의원이 친이계 몰락의 계기가 될 일의 씨앗을 뿌릴 줄이야. 중구난방 비대위원들 때문에 ‘인사실패’라는 비판을 받던 박근혜 위원장은 돈봉투로 승기를 잡게 되었다.

전여옥 의원은 가장 절박한 입장에서 비대위를 맹렬하게 공격하고 있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을 앞두고 친박(親朴)에서 이탈해 이명박 지지로 돌아선 전 의원이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총선 공천을 받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전 의원은 김종인 위원의 동화은행 수뢰사건을 집요하게 공격해 공론(公論)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준석 위원으로부터 ‘변절자’ 소리를 듣자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되어버린 연예인은 마약에 손대거나 자살한다”고 반박했다. 다소 황당한 비유법이지만 그 후 이 위원의 입은 눈에 뜨이게 들어갔다.

자기희생이 보수의 미덕 돼야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금 정치생명과 밥그릇이 걸린 절체절명의 고비를 맞았다. 재집권을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계파 항쟁이 당 쇄신이라는 본질을 퇴색시킬 정도로 격렬해지면 결국 모두가 패자가 되고 한나라당은 공중분해 되는 운명을 맞을 것이다. 악착같이 기득권을 지키려다 몰락하느냐, 자기희생을 보수의 미덕으로 승화시키느냐. 보수정당뿐 아니라 이념으로서의 보수도 한나라당의 자기혁신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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