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만 841명 1459억원 체납…실효성 결여된 대책만, 소외계층은 설 자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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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보건복지부 소관 국민건강보험공단(現이사장 김종대)이 국회 국정감사를 받고 있다.


[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2006년부터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돼 왔던 '고소득자들의 건강보험료 체납 문제'는 지난 2011년 국정감사에도 등장하는 등 이미 ‘국감 단골메뉴’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국감 당시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은 “2011년 7월 현재 건강보험료 총체납액은 모두 1조9303억원에 달하며, 특별관리대상으로 분류되는 고소득자 체납 또한 1459억원에 달했다”며 고소득자들의 체납 문제에 대해 꼬집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 해 1천만원 이상의 고액체납자가 841명, 전문직 체납자가 242명이었으며, 전문직 체납자들 중에서는 연예인 106명이 3억2500만원을 체납하는 등 모두 6억8300만원을 체납했다.

인기 연예인 다음으로 프로스포츠 선수 69명이 1억 5300만원을 체납해 그 뒤를 이었고 심지어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약사(31명), 의사(30명) 등도 장기체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의원의 지적에 대해 건보공단은 "체납보험료 일소를 위해 강제징수 활동을 단계별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지만 이 역시 이렇다 할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같은 상임위의 민주당 전현희 의원도 “고액재산가와 전문직 고소득자들이 건강보험료를 탈루하거나 체납하면서도 병원과 의원을 이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며 건강보험료 체납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했다.

고소득자들의 건강보험료 체납 문제는 17대 국회에서도 지적사항으로 나왔다. 당시 이 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고액 자산가나 고소득 전문직의 체납액이 이렇듯 많은 것은 각종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복지부와 공단은 이들 상습체납자와 전문직 고소득자들의 체납액을 환수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건보공단은 '체납관리전담팀'까지 구성하는 등 체납분에 대한 징수를 다짐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체납액은 눈덩이처럼 늘고 있는데다가 공단의 조치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지난달까지 38개월째 보험료를 체납하고 있는 지역가입자 김모씨는 190억원 상당의 건물과 토지(과표 기준)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현재 451만원의 건강보험료를 체납하고 있고 7개월 째 총 698만원의 보험료를 체납하고 있는 탤런트 강모씨의 경우 5억2000여만원 상당의 건물과 토지를 소유하고 있고, 연간 종합소득은 9600만원이 넘었다.

이렇듯 해마다 '고소득자들의 체납'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건강보험공단·보건복지부 등의 해당 기관들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낮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진수관리팀의 한 관계자는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고소득·전문직 등 납부능력이 있는 체납자에 대해 신속한 압류조치 후 공매처분 등 강제징수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1일 1만원 이하의 생계형 체납자들은 “집안 사정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건강보험료까지 독촉 받고 있어 심신이 괴롭다. 장기라도 팔아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보험료를 내야 하느냐”며 난처함을 호소하고 있다. 생계형 체납자의 경우 보험료 납부보다 하루하루 생활 자체가 우선인 만큼 이들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매년 건강보험 재정이 어려워지고 있는데다가 조만간 바닥을 보일 것이라며 아울러 해마다 늘어가고 있는 고소득 체납자들의 보험료만 징수해도 건강보험료의 재정은 허리를 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건보공단에서는 보험료 납부능력의 유무는 고려하지 않고 보험료를 체납한 의무자에게 정기적으로 독촉고지를 하도록 법률로 강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법 개정의 목소리 또한 높다.

생계형 체납의 경우 곧바로 의료소외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감안해,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사회보장을 실현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생계형 체납에 대한 결손처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올해 생계형 체납자 실태조사를 통해 내년부터는 실제 하루하루가 어려운 체납자들에게는 보험료의 부담을 완화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월 1만원 이하 노인, 장애인 등 생계형 체납은 완전결손처분하는 대신 이들을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전환하거나, 지자체나 사회단체와 연계해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건보재정은 지난 10월까지 건강보험 총수입이 31조7175억원이었으며 총지출은 30조91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에는 3000억에 가까운 적자를 낸 바 있으며 9월과 10월 연속으로 1000억원대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모 지자체에서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 지원을 위한 매월 800만원의 보험료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대상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유관기관 등 국정 전반에 대한 감시 및 예산 집행 등에 대해 벌이는 감사활동으로 국회가 매년 정기국회마다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시정요구사항들에 대한 해당기관들의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아 '이벤트성 국감'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감사·조사 결과 시정요구를 받은 정부 등은 지체없이 처리해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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