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스쿨 놓고 안상수의원과 파워게임 '이은영 의원'

한국외국어대학교 법대 교수 출신인 이은영 의원은 로스쿨법 통과 등 사법개혁 문제에 대해 17대 임기 내내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그녀가 뚝심으로 밀어붙인 로스쿨법이 무사히 통과돼 우리 나라 사법인력 양성 제도 자체가 바뀐 늦여름의 어느날, 이은영 의원을 만났다.

이 의원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부터 지루하게 끌어온 사법개혁이 이제야 첫 성과를 내게 된 점에 감격해 하면서도, 앞으로 사법개혁을 위해 추진할 과제가 더 많다고 이야기한다.

이 의원으로부터 들어본 로스쿨 제도 완수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로스쿨 제도로 첫발을 내디딘 사법개혁 비전의 조감도를 들어봤다.

18대 총선을 준비, 이미 용산에 사무실을 내고 텃밭을 다지고 있는 이 의원. 이 의원이 다음 번 국회임기 동안 추진할 사법개혁의 웅대한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로스쿨 도입으로 법조인 양성 시스템이 광복 이후 첫 손질을 하게 됐다. 혹자는 과거시험의 연장선상에서 이어져 온 고시제도 자체를 수술하는 것으로 크게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로스쿨 법조인 양성 법조인을 어디서 충원하느냐의 문제는 단순히 신규 판검사,변호사를 어떻게 뽑느냐하는 문제와 다른 사법 제도가 어떻게 가는가 하는 근원적 문제와 연관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법조인력 양성 체제를 보면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을 배출하는 소스가 사법연수원일 뿐이었다. 그것을 헐어버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로스쿨이 생긴다는 것은 곧 사법연수원이 없어진다는 것이고 이는 대법원에서 관할하는 단일교육기관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대단한 도전이다. 사법인력을 '문하생' 비슷하게 대법원에서 키우던 것을 이제는 대학별로 법조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되는, 상위교육기관을 옮기는 것이다. 이는 사법기관이 갖는 '동질성'과 '로열티'가 허물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법조인들이 반대했다.

-현직 판검사, 변호사들이 로스쿨에 반발하는 것 외에도, '율사'들이 국회에도 많이 진출해 있다. 이번 로스쿨법 추진에 대한 그쪽의 움직임은 어땠고 또 이를 어떻게 뚫었나?

▲로스쿨 문제는 안상수 의원(국회 법사위원회 위원장)을 중심으로 반대벽이 두터웠다. 한동안 설득을 해서 포섭작업에 공을 들였다. 그러자 한나라당 내 안에서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실, 한나라당 의원 중에도 로스쿨 자체가 절대로 못받아들일 의견도 아니고, 자녀 중 미국 로스쿨 다니는 경우도 많고 해서, 끝내 반대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때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하도록 가장 많이 도와준 게 박세일 서울대 교수다. 이 분은 김영삼정권때 로스쿨 발의하다가 실패한 분이라, 로스쿨 도입을 자신의 숙원사업으로 생각하는 분이다 .박세일 교수를 통해 한나라당 의원들을 하나씩 설득해 나갔다. 그래도 안되던 사람들은 변호사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 대략 3%의 법조인 출신이었다. 아무튼 이들 반대파만 남기고 찬성으로 방향을 돌리기에 이르렀다.

이들을 따돌리고 로스쿨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꾀를 냈다. 한나라당에 “사학법 재개정을 도와 줄 테니 로스쿨법을 받아들여라”라고 제안을 한 것이다. 이때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학법을 털고 가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시점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나 대선주자들로서는 사학재단들이 '사학법 처리도 제대로 못 해주는 한나라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끝끝내 방치할 입장이 못 되었던 것 같다. 결국 대선주자들이나 지도부가 로스쿨과 사학법을 교환하는 게 낫다는 쪽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7월 3일 조선일보가 “안상수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로스쿨법안이 좌초되고 있다”는 취지의 사설을 실었던 게 주효했다.

-로스쿨 문제에 왜 그토록 오래 공을 들였나?

▲내가 생각한 개혁의 대상은 단순히 로스쿨 문제가 아니라 특권층 권력층이었던 법원, 검찰, 변호사 등 사법제도 전반을 개혁하는 것이었다.

-그럼 사법제도 개선에 대해 이야기를 확대해 보자.

▲우리 나라에서는 오랫동안 법원, 검찰, 변호사가 권력층이었다. 더욱이 최근에는 헌법재판소라는 또 하나의 권력기관 등장, 국회보다 상위 권력이 되어 버렸다.

사법부의 독립은 사법제도의 본질이 아니다. 과거 대통령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를 좌지우지 했었는데 권력정치의 잔재가 계속되다 보니 이를 털어내기 위해서 사법부 독립이 가장 필요했고 강조된 것이다. 사법부는 국민에 대한 '서비스기관'이다.

하지만 지금의 검찰, 법원, 헌법재판소는 개혁을 호소해도 속된 말로 수구보수꼴통 성향이 강해 이런 제안이 통하지 않는다.

피의자 인권보호, 미국 배심원제 등이 필요하다. 성폭력 피해자를 조사하는데 여성인권보호를 각별히 강조하고 로스쿨 제도로 법조인 배출 방식을 바꾼 것도 그런 특권의식을 깨기 위해서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통제를 강조하다 보면 주(州) 검찰이나 법원에 시민들이 통제하는 미국 제도로 귀결될 것 같은데?

▲사법부의 부장판사나 검찰의 부장검사 등은 미국의 예처럼 국민의 대표로 선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고위직 법조인에 대한 인사권을 이들 기관이 갖고 있어 독자권력의 요새를 만들고 있다. 이에 대항해 나갈 필요가 있다.

-경찰 수사권 독립도 중대한 이슈일 것 같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민생수사에 한에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자는 것이고 우리당 시절에는 이를 당론으로 채택했던 바 있다. 실제로도 많은 부분은 이미 이렇게 경찰에 재량을 주고 있다. 다만 이를 양성화하자는 것이다.

-그 외 사법제도 개혁과 관련해 이번 임기 중엔 못다한 부분, 18대 국회에서 처리되길 바라는 숙원사업이 혹시 있다면?

▲고위공직자 비리 조사처를 세우지 못한 것이다. 사실 수사하기에 가장 어려운 것이 법조인 비리다. 수사에 관한 견제 필요 사법부와 집권세력의 비리를 파헤칠 기관이 없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이미 많이 정착된 단계다. 청와대의 성역은 이미 많이 무너진 상태다. 완벽하다고는 못하나 청와대도 비리에 관한한 비리에 견제를 받고 있다. 의원들도 조심하고 있다. 그것(수사)을 걱정 안하는 집단이 바로 사법부와 검찰이다. 하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달 것인가? 자체 수사가 될까? 노력을 많이 했는데 검찰 반대로 17대 국회에서는 해결하지 못했다.

-용산에서 사무실을 내고 활동 중인 것으로 아는데, 이곳을 지역구로 18대 국회에도 진출할 것인지?

▲용산은 태어나 오래 살던 곳이고, 애착이 가는 곳이다. 지역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하고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다음 국회 일은 아직 정확히 결정된 바는 없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차차 생각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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