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한 꿈많은 청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청년은 국내 유수의 은행에 좋은 성적으로 입사했다.

탄탄대로를 달릴 것 같았던 이 청년에게 걸림돌로 작용한 것은 뜻밖에도 자신의 학력이었다.

일단 지방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사내 인맥이 잘 형성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청년이 좌절했던 이유는 정작 다른데 있었다.

은행내에서의 분위기는 입사성적이 중요했던게 아니라 7년전 대학교 입학할 때 성적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즉 지금 몇등으로 들어왔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7년전 대학교 입학때 성적으로 인한 학력을 더 중요하게 쳐주는 현실이었다. 회사내에서 좋은 입사성적이 중요하게 아니라 어느학교를 나왔느냐가 중요했던 것으로 현재보다 과거를 중요시하는 현실에 이 청년은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연예계를 중심으로 문화계는 물론 심지어 종교계에까지 학력위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날만 새고 나면 새로운 인물들이 학력위조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여기서는 굳이 학력위조파문에 휩싸인 사람들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겠다.

사실 연예인들이 학력의 덕을 크게 볼리는 만무하지만 워낙 뿌리깊은 학벌주의에 의해 학력위조를 택한 사람들이 많았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실력이 평가절하되고 실력은 낮지만 학력이 높다는 이유로 실력이 평가절상되는 현실이 이같은 학력위조의 공범이 된 것이다.

심하게 얘기하면 내용물보다는 포장지를 보는 풍토가 이같은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사실 종교계의 한 스님도 학력위조를 했다가 파문이 일었는데 만약 이 스님이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수십만의 신도를 가진 법당으로 빨리 클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답이 금방 나온다.

물론 학력위조를 했던 사람들을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학력위조가 횡행해야 했던 사유를 분석하고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는게 필자의 논지다.

학력위조를 막기위해선 결국은 실력이 우대받는 철저한 경쟁 사회가 돼야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밖에 할수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 사회 전반에 걸쳐 도덕불감증이 만연돼서는 안될 것이다.

또 진정으로 실력있는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서는 학력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인재는 과감하게 중용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한가지 경계할 것은 학력차별을 철폐한다고 해서 자신의 실력으로 좋은 학력을 마련한 사람들을 역으로 차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위성취도 좋은 동기부여이기 때문에 학벌을 철폐한다는 이유로 동기부여 자체를 없애버린다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임경오/투데이코리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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