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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박대호 기자] 핵개발에 나선 이란을 제재하기 위해 미국이 우리 정부에 이란산 원유수입 감축을 공식 요구했다.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은 17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가진 김재신 외교통상부 차관보와의 면담에서 "미국의 모든 파트너는 이란 원유수입을 감축해야 한다"며 이란 제재 동참을 촉구했다.

이번 협상에서 아이혼 조정관은 이란이 핵개발을 지속하는 등 국제의무를 준수하지 않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 국방수권법의 세부내용과 시행계획을 설명하고 한국 측의 협조를 기대했다.

미국 측은 국제석유시장에 교란을 초래하거나 우방국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한 조정을 거쳐 단계적인 방법으로 이란산 원유수입을 감축하고 이란의 원유판매 수입을 축소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아이혼 조정관은 "우리를 돕는 모든 파트너에게 이란산 원유 구매와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를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이란과 북한의 상황은 연결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는 모든 일을 원유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하기를 원한다"며 "우리는 (시장에) 이런 신호를 보낼 수 있고 부작용 없이 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걱정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보는 미국 측의 이란 제재 취지의 공감을 표시하며 이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무엇보다 국방수권법으로 인해 국내 금융기관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차관보는 "이란산 원유가 우리나라 전체 수입 원유의 10% 가까이 되는 만큼 원유 도입을 급격히 병행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며 "법 시행 과정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국민이 이란 제재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강하게 지지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국은 국내 기업의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한국은 미국 국방수권법이 이행되도록 양측이 긴밀한 협의를 통해 원만히 노력하는 '윈-윈 솔루션'(win-win solution) 전략을 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미 양측은 이날 구체적인 원유 수입 감축량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아인혼 조정관은 이날 오후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도 방문해 실질적인 이란산 원유수입 감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1일 발효된 미국의 국방수권법은 이란의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 주체도 미국의 금융기관과는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법이 6개월 후 시행되면 우리나라와 이란 간 원유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유럽연합(EU)이 아예 원유 수입을 중단한 데 이어 일본도 감축 의사를 밝힌 가운데 미국이 우리 정부를 향해 이란 제재 동참을 압박하고 나섬에 따라 한국도 상당폭의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제사회 움직임에 참여하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가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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