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상대로 담합한 데 이어 ‘해외서도’…국제적 망신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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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박한결 기자] ‘최근 국내 대표 전자업체인 LG전자가 세탁기, 평판TV, 노트북PC를 삼성전자와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국내 대표 전자업체인 LG전자가 세탁기, 평판TV, 노트북PC를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12’ 전시회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소개할 때 세계 OLED 시장을 주도하는 나라가 다름아닌 한국이라는 사실에 국민들은 감동을 받았다. 비록 경제 위기 속에서 생활은 어려워가고 있지만 전세계를 상대로 활약하는 대기업들의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얻었기 때문이다.
과거 IMF시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찬호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이 용기를 얻던 것과 유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도(正道) 경영을 추구하는 대표기업임을 자랑해 온 LG전자가 소비자들을 상대로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치명적인 행위인 담합을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인 국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문제는 LG전자가 이러한 담합 행위를 수시로 해 왔으며 최근에는 국내를 넘어 해외서도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태를 보인 사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LG가 ‘정도경영’을 경영방침으로 표방해 왔다는 사실에 소비자들로서는 분통을 터트리게 되는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는 LG전자의 담합행위와 관련해, 집단 손해배상 소송에 들어가기로 했다. 녹소연은 집단소송 대리인을 법무법인 씨엘의 김재철 변호사(녹색시민권리센터 운영위원장)로 정해 본격적인 소송 준비에 돌입했다.

또한 인터넷에선 LG전자 등을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과거의 담합 사실들까지 들추어 내재차 회자되고 있으며 ‘사랑해요’라는 CM송을 풍자한 비난글이 떠돌고 있다.

‘정도경영’ 한다면서 매번 ‘소비자 지갑 터는’ 담합 주도해
동종기업 뒤통수 때리기…업계서도 혀 내둘러

지난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국공립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등에 시스템 에어컨과 TV를 공급한 LG전자와 상성전자, 캐리어 등 가전 3사가 조달 단가를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공기관 납품 시스템에어컨 담합과 관련해서 3개사는 2007년도부터 2009년도까지 연간조달단가계약을 체결했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조달단가 인상과 관련해서도 담합했다. 2008년 1월부터 2009년 4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조달청과의 협상 전 조달단가 인하 대상 모델, 인하폭, 그리고 신규등록 모델의 가격에 대해 사전 조율로 합의한 후 이를 실행했다.

특히,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대전 조달청 본청 로비, 근처 치킨집 그리고 서울 일식집 등의 모임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방법으로 이들 3개사가 3년간 올린 금액은 1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들의 담합이 없었더라면 초중고, 대학교 등에 더 많은 시스템에어컨과 TV가 공급돼 많은 학생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길러내기 위해 투입된 국민의 혈세가 고스란히 이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간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국민의 호주머니를 턴 격인 LG전자는 과징금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발생한 담합건 뿐만 아니라 지난 2010년 공정위에 의해 알려진 담합 문제에서도 LG전자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동종업계의 뒤통수를 치는 발빠른 행동 때문이다.

담합에는 항상 공범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적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담합 사실을 다른 회사보다 먼저 고백하면 과징금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다. 바로 리니언시(leniency)다. 우리나라에선 1997년에 도입, 1순위 담합 신고자는 과징금을 전액, 2순위 신고자는 50% 감경해주고 있다.

LG전자는 이 같은 리니언시 제도를 십분 활용했다. 벌써 삼성전자와의 담합 사실을 세 번이나 실토했다.

LG의 잇따른 담합 고백으로 인해 LG는 그간의 이익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남겼을 뿐 아니라 과징금도 지불할 필요도 없게 됐다. 최근 공정위에 적발된 사안의 과징금은 188억원이며 과거 가전 3사 담합행위건의 경우 7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LG전자 뿐만 아니라 다른 LG그룹 계열사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여 업계에서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생활용품업계 1위인 LG생활건강은 지난 2005년부터 2006년 기간 중 할인점들을 통해 명절 생활용품 선물세트 가격과 판촉제한을 담합했지만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았다. 시장 점유율면에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받을 것을 우려 미리 담합조사에 대한 정보를 입수, 신고한 것이라는 뒷말이 무성했었다.

소비자의 지갑을 털었던 해당 분야의 선두 기업이 동종업계와의 의리마저 저버린 꼴이다.

국외서도 담합…‘한국 이미지 실추’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LG의 이 같은 담합행태는 이제 해외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한국의 LG전자와 일본의 전자제품업체 히타치가 합작해 설립한 기업인 ‘히타치-LG 데이터 스토리지’가 최근 가격 담합과 관련 미국 당국에 벌금 2110만달러를 내기로 합의했다.

현재 세계 광스토리지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델컴퓨터와 휴렛팩커드(HP),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다른 경쟁업체들과 가격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다.

외신은 또 ‘히타치-LG 데이터 스토리지’ 소속 한국인 간부 3명이 미국에서 광디스크 제품 가격담합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2010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LG디스플레이 등 6개 기업이 LCD 패널 가격 담합 혐의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우리돈 기준으로 1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최근 국내 시장이 좁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찰나에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기업이 해외 시장에 나쁜 족적을 남긴 것이라는 평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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