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 '역사적인 일' vs 이주호 장관 '학교규칙 규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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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서소영 기자] 서울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서울시교육청과 정부간 대립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되면서 교육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6일 학생인권조례안을 공포하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즉각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하며 강력 저지에 나서 양측간 팽팽한 기싸움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은 출소 이튿날인 지난 20일 시 교육위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통과시킨 것은 정말 역사적인 일"이라며 "인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공포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밝히면서 학생인권조례 재의요청을 철회했다. 시 교육청은 이에따라 이날 서울시 관보인 서울시보에 학생인권조례안을 게재, 공포했다.

교과부는 이에대해 즉각 무효확인소송과 집행정지 결정 신청을 대법원에 냈다. 교과부 측은 "현행 '지방자치법'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는 주무부 장관이 재의요구를 요청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반드시 재의요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교과부는 서울학생인권조례의 주요 위법사항으로 조례 공포의 전제가 되는 '재의요구 철회'는 법적 근거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설사 철회가 유효하더라도 시교육청의 철회 즉시 교과부가 재의요구 요청을 했기 때문에 교육감은 반드시 재의요구를 해야 하는데 이를 거부했으므로 조례 성립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곽 교육감의 행위는 법률에서 부여한 교과부 장관의 재의요구 요청권한을 침탈한 것"이라며 "향후에도 이런 행위를 통해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자치단체장이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조례가 학교규칙을 일률적으로 규제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 등이 보장하는 학교의 자율성 및 학교 구성원의 학칙제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도 위법 이유로 들었다.

즉 조례의 '집회의 자유에 관한 조항' 등은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교사의 교육권을 약화시킬 수 있고 '성(性)적 지향', '휴대폰 소지 자체를 금지할 수 없도록 한 조항' 등은 학부모단체, 교원단체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교원들의 교육활동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조례 공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교육청 측은 "서울시의회로부터 지난달 20일 우리 교육청으로 조례안이 이송돼 지난 9일자로 20일이 경과했다"며 "장관이 조례안에 대해 시의회에서 이송한 날로부터 20일이 지난 후 교육감에 재의 요구를 요청하는 것은 지방자치법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관련 조항에 의하면 불가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교과부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재심의 요청 여부는 시교육청이 다양한 의견 수렴 및 여건을 감안해 자체 판단할 사항이고 재심의 권고를 검토한 바 없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고 시 교육청측은 강조했다.

아울러 재의요구 요청 이유로 제시하고 있는 '성적 지향' 관련 조항은 이미 타 시도(경기·광주) 학생인권조례에도 반영돼 시행되고 있는 내용이라며 이를 문제삼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제 학생인권조례 시행을 둘러싼 교과부와 시 교육청간 대립에 대한 판단이 법원에 맡겨져 최종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공포된 학생인권조례는 바로 법적 효력을 가져 학교 현장에 적용될 수 있으나 법원이 이 장관의 집행정지 결정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본안 판결이 있을 때까지 조례안의 효력은 정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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