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 조선일보 前주필

박근혜1.jpg


[류근일 칼럼] 박근혜가 그걸 해낼 수 있을까

기세 등등과 자살 증후군-누가 그런가? 범좌파와 한나라당이 그렇다.
한명숙 문성근 등 친노 그룹의 화려한 복귀, <혁신과 통합> 주요 멤버들의 민통당 상층부 진출, 그리고 곽노현에 대한 ‘무늬만 유죄판결’만 봐도 기세 등등 쪽의 열기는 하늘에 닿는다.

반면에 한나라당은 동인 서인이 노론 소론 남인 북인으로 갈려 숙종 때의 환국(換局)정치 하듯, 엎치락뒤치락 자괴(自塊)의 길을 가고 있다. 그것도 온갖 추문들이 오뉴월구더기 끓듯 하는 부식(腐蝕)의 악취 속에서. 이걸 보면 한나라당은 이미 장례식장 관속의 자살 시체다.

며칠 전 어떤 우파 사람이 말했다. “한나라당은 죽어 싸다, 그런 한심한 한나라당은 4월 총선에서 쫄딱 망해야 한다”. 좌파 승리를 원하는 뜻에서가 아니라, 초가삼간 불타도 빈대 잡으면 시원하겠다는 역설(逆說)의 심정에서.

그러자 또 다른 우파 사람이 말했다. “총선은 몰라도 대선에서도 그렇게 되면 정말 심각할 터인데... ”내가 이 자리에서 그 동안 몸으로 겪어봤지만, 아휴~. 문재인 한명숙보다는 그래도 박근혜가 낫지 않겠나?“

옆에 앉은 또 다른 우파 사람이 말했다. “하지만, 좌파 단일후보+안풍(安風)=좌파승리 아닐까?” “더군다나 박근혜에 대해선 보수 일각도 심장에 기별이 안 간다는 표정들이던데...”
이런 시정(市井)의 분위기를 박근혜 한나라당은 알고나 있을까?

위기에 처했을 때는 진짜 영웅까지는 아니더라도, 짐짓 영웅적 시늉이라도 할 줄 아는 비장한 야전군 사령관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황산벌 전투에 나서는 계백(階伯)같은 비장감. 그것으로 대중의 가슴에 불을 질러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는 너무나 차갑고 멀리 있다.

총선에서 깨지면 대선에서도 깨진다는 징크스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하기 따라서는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을 수도 있다. 총선 결과의 위기감을 하나로 모아 대선 승리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박근혜가 과연 그걸 해낼 수 있을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해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어디 한 번 손 좀 들어보시오.

류근일 조선일보 前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