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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국희도 칼럼] 한나라당의 새 당명이 새누리당으로 결정됐다.
특정 교회 이름 같다느니(온누리교회를 연상한듯), 강아지 이름 같다느니...이런 비꼬는 말들이 나왔다. 이런 조소가 집권여당 하는 짓이면 무조건 못마땅한 좌파 누리꾼들이 내뱉은 말이 아니다. 바로 여당내 인사들이 새 당명이 못마땅해서 코멘트한 발언들이다.

빗발치는 변화 요구에 새 당명으로 바꾸기는 해야겠고, 그렇다고 무려 14년간 여당과 야당을 오가면서 정통 보수 정당으로서의 자존감을 함께 지켜온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을 완전히 버리기는 아깝고....고심한 흔적이 짙게 묻어나는 이름이다.

우선 당명의 발음이 그렇다. ‘나라’와 ‘누리’는 자음은 그대로고, 모음만 바뀌었다. 그래서 발음이 비슷하게 들린다. 새 당명(Saenuri)을 영어두문자로 바꿔 보면 HNR(한나라)에서 딱 한자만 바뀐 SNR이다. 이름을 가능한 한 바꾸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발음뿐 아니라 그 의미에서도 기존 ‘한나라’를 그대로 살렸다. 누리는 ‘세상, 세계’라는 뜻의 순 우리말로 ‘나라’(國)에도 ‘세상’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해서 ‘한나라’라는 당명 자체가 ‘큰 나라’, 즉 ‘세상’이라는 의미와 다름 아니었으니 ‘새누리당’은 알고 보면 ‘새+한나라당’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네티즌이라는 용어를 순화해 국어사전에 정식으로 등재한 말누리꾼’이다. 그런 ‘누리’가 새누리당에도 들어갔으니 이제는 좌파가 득실거리는 누리꾼들한테도 많이 사랑받는 정당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닌지.

한나라당의 당명 개정 작업은 그동안 외부로부터의 ‘한나라당’에 대한 빗발치는 변화와 개혁 요구에 떠밀려 시작됐다. 하지만 이름만 바꾼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반박 논리와 오랜 세월 정이 든 당명을, 당명 바꾸기를 마치 연례행사처럼 하고 있는 야당들처럼 하기는 싫다는 거부감이 결국 한누리당의 의미를 그대로 갖고 있는 '전혀 새롭지 않은 새' 당명을 선택한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이름을 바꾼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당이 진정으로 바뀌려면 내용물인 ‘인사이드’가 바뀌어야 하고, 그것은 인적 쇄신이 될 것이다.

뭔가를 자꾸 바꾸고, 때려치우고, 바꾸라고 호통치고, 말만 앞세우고, 배배꼬고...이런 게 진보를 주장하는 좌파들의 어두운 일면이다.
그러므로 이와는 반대로 좀 문제가 있더라도 잘 고쳐서 써보려고 하고, 오래된 물건이면 가능한한 보전해 주려고 하고, 설명이 어눌하더라도 그 내부를 들여다 봐서 내용이 좋으면 인정해 주고, 이런 게 보수적 사고의 따뜻한 일면이다.

개인적으로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두고 당이 개혁되기를 바랐다. 어떤 점에서 ‘개선’ 정도라면 몰라도 확 뜯어고친다는 의미의 ‘개혁’이라는 말 자체가 보수정당하고 잘 맞지않는 것도 사실 아닌가.
새누리당. 한나라당에서 별로 바뀐 게 없어서 다행이고, 그래서 이렇게 어정쩡하게 바꿀려면 아예 바꾸지 말았어야지 입만 버리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장담컨대 이름이란 건 하루 이틀, 한달 두달 부르다 보면 금방 입에 익게 될 것이다.

이름이라도 바꿔서 뭘 바꿔보겠다는 생각은 이 정도로 정리하고, 이제는 제대로 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는 실제적인 인적 쇄신 작업에 매진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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