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병철 회장 장남 이맹희씨 이건희 회장 상대 법정 소송



[투데이코리아=이규남 기자] 삼성과 CJ의 감정의 골이 결국 상속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남이자 이재현 CJ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81)씨는 14일 동생 이건희 (70)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자신의 상속재산에 해당되는 주식을 인도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1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씨는 "아버지의 타계와 동시에 상속인들에게 승계된 삼성생명 및 삼성전자 차명주식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으로 관리했다"며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와 삼성전자 주식 보통주 10주와 우선주 10주, 이익배당금 1억원 지급을 요구했다.

삼성생명 주식은 14일 기준 85700원으로, 이씨가 요구한 824만주는 약 7000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는 삼성생명 주식 100주와 1억원을 청구했다.

이씨는 소장에서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들은 모르게 단독으로 삼성전자 등의 차명주식을 관리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전환한 뒤 제 3자에게 임의로 처분해 매각대금을 수령한 것은 상속권을 침해한 부당이득이자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씨는 "현재로서는 상속분에 해당되는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 외에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이 회장의 실명전환 사실만 확인될 뿐 실체가 불분명한 상황이어서 추후 확인되는대로 구체적인 반환대상 주식을 확정하고 우선은 일부만 청구한다"고 말했다.

소송과 관련 삼성측은 "일단 현재 사실여부와 내용을 파악 중이다"고 밝혔다.

그간 재계에서는 이씨가 이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이라는 루머가 나돌았다. 이유는 삼성과 CJ간 털어내지 못한 해묵은 감정의 골 때문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대한통운 인수전이다.

지난해 CJ는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삼성증권과 자문계약을 맺었지만 삼성의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SDS가 포스코와 손잡고 입찰에 참여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CJ측은 "삼성이 의도적으로 CJ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통운 인수전은 CJ의 승리로 마무리 됐지만, 앙금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맏형 이 씨와 동생 이 회장, 형제간의 경영권 갈등도 이번 소송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씨는 삼성전자 부사장 등을 거쳐 고 이병철 회장이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1966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당시 그룹의 경영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사카린 밀수사건의 후폭풍으로 장남인 이 씨와 차남 이창희 전 새한그룹 회장은 청와대 투서자로 내부에서 지목되면서 삼성을 떠나게 됐고, 이 씨는 해외를 드나드는 등 야인(野人) 생활을 거듭해오다 결국 삼성에 복귀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삼남이었던 이건희 회장이 경영 전면에 부상하게 됐고, 1987년 이병철 회장이 타계하면서 본격적으로 이건희 회장의 시대가 막이 올랐다. 이 때문에 이 씨는 재계에서 '양녕대군', '비운의 황태자'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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