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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송하훈기자] 동부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던 지난 14일 시선은 온통 강동희 감독과 김주성, 윤호영에게 쏠렸다.

동부 전력의 핵은 트리플포스트다. 그러나 '주목받지 못한' 황진원(34), 박지현(33)이 버틴 가드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황진원과 박지현은 올 시즌 동부가 승승장구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데 있어서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 없어서 안 되는 존재였다.

동부의 트레이드마크 '천라지망(天羅地網·하늘에 새 그물, 땅에 고기 그물)' 수비의 최전방에 섰고 성실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숨통을 트게 했다. 간간이 터뜨리는 정확한 슛과 돌파가 골밑을 더욱 단단하게 했다. 숨은 조력자들이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주축 윤호영과 김주성도 묵묵히 제 몫을 한 황진원과 박지현을 '동부의 소금'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윤호영은 "(황)진원이 형은 몸이 좋지 않은데도 많이 참고 열심히 뛰었다. 수비도 정말 영리하고 끈질기게 잘 한다. 골밑 선수들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황진원은 무릎부상에 이은 통증으로 시즌 내내 고생했다.

박지현과 부산동아고~중앙대에서 한솥밥을 먹은 김주성은 "(박)지현이 형이 처음 우리 팀에 왔을 때, 고생을 많이 했다. 감독님이 명가드 출신이다 보니 압박감이 커 힘들어 한 부분이 있다"며 "잘 극복했다. 우리 팀의 대표적인 숨은 조력자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주성의 말처럼 강동희 감독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 출신이다. 어지간해선 가드들의 플레이에 웃지 않는다. 훈련 중 간간이 선보이는 패스 실력이 지금도 현역 못지 않아 동부 가드들이 가끔 기가 죽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황진원과 박지현은 강 감독이 현역 때 그랬던 것처럼 넓은 코트 시야를 가지고 흐름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갈 정도의 재능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감독의 주문을 이해하고 수행하는 능력이 엄청나다. 동부처럼 조직적인 농구를 추구하는 팀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유형의 선수다.

공교롭게 중앙대 동문인 황진원과 박지현이 프로무대에서 손발을 맞춘 것은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이 2번째다. 황진원은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삼성에 지명돼 곧바로 LG로 트레이드된 뒤 코리아텐더-SK-KTF-KT&G를 거쳐 동부에 왔다. 저니맨이다.

박지현은 200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오리온스에 지명된 뒤 LG를 거쳐 강 감독의 데뷔 시즌인 2009~2010시즌에 원주에 둥지를 마련했다.

둘은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선후배였다. 황진원이 마산, 박지현이 부산 출신으로 지방에서 상경해 서로에게 의지했다. 조용히 둘이 즐기는 것을 더 좋아했다. 성격도 나서기보다는 묵묵하고 조용했다. 성격과 플레이스타일이 꼭 닮았다.

이달 초 이광재가 군에서 제대하면서 두 베테랑 모두 조금은 부담을 덜게 됐다. 그래도 플레이오프에서 통합우승을 차지하려면 둘의 역할이 여전하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의 좌절로 독기도 잔뜩 올라있다.

강동희 감독은 "황진원, 박지현이 슛률도 좋아지고 부족했던 부분을 스스로 극복한 것이 나에게는 큰 힘이 됐다"며 정규리그 우승의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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