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I20120214_0005877473_web.jpg

[투데이 코리아=송하훈기자]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V-리그 여자부 경기가 열린 22일 인천 도원실내체육관.

몸을 풀러 나온 흥국생명 선수들은 평소보다 큰 기합을 넣으며 경기를 준비했다. 그만큼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1승이 절실했다.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조호경)은 지난 16일 흥국생명 선수 2명을 불러 수사한 결과 승부조작 사실이 드러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강도 높은 자체 조사와 면담에 "혈서까지 쓰겠다"며 완강하게 버티던 두 선수의 연루 사실은 다른 선수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구단이 검찰 조사 결과를 확인하고도 이들을 경기장에 데려온 뒤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해졌다.

슬픔을 딛고 플레이오프 싸움을 이어가려던 흥국생명은 이날 경기 초반 완전히 페이스를 가져갔다. 2세트 한때 9-0까지 달아나는 등 여유있게 세트스코어 2-0을 만들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차해원 감독이 "내가 흥국생명 감독으로 부임한 뒤 김사니의 토스가 가장 완벽했던 것 같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3세트부터 급격하게 흔들렸다. 잠잠했던 범실이 속출했고 네트 위를 휘젓던 김사니의 토스도 블로커들의 시야에 노출됐다.

결국 흥국생명은 내리 세 세트를 내주며 역전패했다. 승부조작 파문 후 2연패다. 승점 1점을 쌓아 4위로 도약하기는 했지만 원했던 그림은 아니었다. 오히려 팀 사기에 역효과만 가져왔다.

경기 후 차 감독은 "1,2세트에는 집중력도 좋았고 미아가 잘 해 줬는데 3세트 들어 체력이 떨어졌다"고 아쉬워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자원으로 돌파구를 찾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주전 2명을 잃은 흥국생명은 대체 요원들로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조직력이 완전하지 않다.

확실한 득점요원 미아의 체력저하는 흥국생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불안요소다. 이날 미아는 승부처인 4,5세트에서 고작 7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렇다고 팀 사정상 체력 부담이 적은 라이트를 맡기기도 어렵다.

차 감독은 "미아는 라이트 후위공격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미아를 라이트로 돌리는 전술을) 한 번 시도해봤는데 안정적이지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시즌 최대를 맞이한 것은 분명하지만 차 감독은 선수들의 경험에 기대를 걸었다. 승부조작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차 감독은 "이미 일이 벌어졌으니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프로니까는 잘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사니가 잘 추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