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상장사 대주주 일가와 대기업 CEO도 매입 열올려



[투데이코리아=이규남 기자] 2018년 열리는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재벌가 총수 일가들이 강원도 평창의 '노른자위 땅'을 대거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투기 논란이 일고 있다.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와 횡계리 땅 일대는 용평리조트와 알펜시아를 중심으로 2000년 이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힘입어 땅 투기 열풍이 불었던 곳이다.

지난 28일 재계 전문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롯데, GS 대기업 총수 일가족 등이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와 횡계리 일대 임야와 논밭을 23만㎡(7만평)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일가족은 올림픽 개최지인 알펜시아 리조트 인근의 용산리 소재 1만1050m²의 땅을 2005년과 2006년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 사장이 임야 6248m²를, 신 사장의 장녀인 장선윤 블리스 사장과 장남 장재영씨는 임야와 논밭 4802m²를 매입했다.

이곳은 알펜시아 관광특구와 접해 있는 최고의 알짜배기로, 지난해 평창 땅투기 의혹을 받은 강호동씨의 땅과도 인접해 있다.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토지 개별 공시지가에 따르면 신 사장 일가족이 땅을 매입한 당시 공시지가는 m²당 2500원~3000원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만3000원대로 5년만에 8배 가량 급등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전무도 알펜시아리조트 인근의 용산리 소재 임야와 논밭, 대지 7만2000여m²의 땅을 2005년과 2009년에 사들였다.

허 전무는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다.

허 전무가 사들인 땅은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이후 리조트 등 숙박시설 건설이 한창인 영동고속도로 횡계IC(인터체인지)에서 알펜시아 리조트로 연결되는 국도변에 인접한 알짜배기 땅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허 전무는 오는 5월 세계박람회(엑스포)가 열리는 전남 여수시의 사곡리 궁항마을 일대의 땅 1000여m²도 2005년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대규모 임야와 논밭을 사들여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지용씨도 2002년에 횡계리 소재 논밭 7000여m²를 본인 명의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들은 주택이나 농장을 만들기 위해 토지를 구입했다며 투기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도덕적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또한 농지를 사들인 후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농지법을 위반 여부도 관심거리다.

재벌가 외에 중견 상장사 대주주 일가들도 이 지역의 땅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희선 농우그룹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농우바이오가 업무용 목적으로 2000년에 매입한 횡계리 일대 토지 중 1만400m²를 2002년을 전후해 본인 명의로 분할하거나 매매 형식으로 매입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오테크닉스의 성규동 대표는 2005년부터 최근까지 용산리에 3300여m²가량의 토지를 사들였다.

금강공업 전장열 회장은 부인 명의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용산리 일대 토지 2만5600m² 를 사들인 뒤 수개월 만에 20대 초반 나이의 두 아들에게 모두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김종서 세보엠이씨 회장, 신현택 삼화네트웍스 회장, 홍평우 신라명과 회장 등 중견기업 오너들도 용산리와 횡계리 일대의 토지 수천m²를 매입해 본인 명의로 가지고 있거나 자녀에게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기업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도 이 일대 땅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호원 전 삼성정밀화학 사장은 삼성증권 사장 재직시절인 2006년 부인 명의로 횡계리와 용산리 소재 임야 3000여m²가량을 매입했다.

삼성중공업 사장 출신인 권상문 건국AMC 회장은 2002년에 부인 명의로 횡계리 소재 토지 2500여m²를 샀고, 삼성테크윈 부사장 출신인 박종흠 전 DK유아이엘 사장도 2005년에 용산리 토지 5300여m²를 매입했다.

삼성화재 임원 출신인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현 용산역세권개발 사장)은 2006년도 전후에 용산리 일대의 땅을 매입한 뒤 이미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전무는 본인과 부인 명의로 용산리 일대 토지 3000여m²를, 이번우 전 케이디파워 부회장은 용산리 일대 임야와 논밭 1만9000여m²를 사들였다.

조방래 전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은 2010년 퇴직 직후에 재직시 관여했던 알펜시아 리조트 인근지역 토지 5400여m²를 경매를 통해 사들인 뒤 자녀 명의로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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