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형탁 대변인 "주류 패러다임, 진보로 바꿀 것"

정치현안과 세태만상에 관한 날카로운 논평을 들고 거의 매일 국회 정론관을 찾는 김형탁 민주노동당 대변인. 서울대 정치학과를 마치고 노동운동에 투신,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을 거쳐 민노당에 입문했다.

현재는 민노당의 입 역할인 대변인을 맡고 있다. 2007년 대선이 가까워 오고 이슈가 늘어나면서 대한민국 대표 진보정당을 대변하는 그도 점점 바빠지고 있다. 김 대변인에게서 2007년 대선 전략과 민노당의 진로에 대해 들어봤다.

-민노당이 '전국순회경선'을 도입, 세 명의 주자가 각지를 돌며 유세를 하고 있다. 민노당 뿐이 아니라 근래 정치권에서 유행처럼 국민경선과 비전정책대회 등이 번지고 있다. 순회경선이 실제로 국민들에게 민노당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나? 또 순회경선 중에 민노당이 당원과 국민들에게 특별히 알리고 싶었던 점은?

▲도움이 된다고 본다. 대통령 후보를 '경선'으로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승리 21' 싲이나 지난 번 대선 때에는 권영길 후보가 단독 출마하지 않았나? 그러던 것을 1차적으로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후보 세 분이나 나왔다고 하는 것은 민주노동당 내에 반영하여야 할 목소리가 커졌다, 다양해졌다는 것을 우선 반영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 점은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목소리도 많아진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세 사람의 차이라고 하는 게 과연 얼마나 있는가라고 할 수 있지만, 민노당에 몸담은 입장에서나, 또 민노당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던 일반국민 입장에서도 재미있는 당내 경선이 되는 것이다. 민노당이라고 하면 거의 아무 논의 없이 그냥 한 사람이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활력을 불어넣은 셈이다.

“새로 '민노당의 대선후보가 되고 싶다'고 등장한 사람들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그런 궁금증을 품은 사람들 앞에서 세 후보가 모두 열심히 정책홍보를 하는 자리가 경선이다. 상당히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후보간 흑색선전 문제가 터져 나오는 등 문제가 노출되고 있는데?

▲그렇게 흑색선전을 했다고 오해받은 후보측에서도 우리 소행이 아니라고 해명을 했고, 당의 발전에 이런 행위는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열 현상인데, 솔직히 정파적 지지가 이뤄지다 보면 경선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행위들이 발생하게 된다.

-노회찬 의원을 둘러싼 질문지 공개 파동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진보정치와 민노당 중앙선관위가 지상청문회를 실시한다고 해서 질문을 공개적으로 모았다.당원들이 준 질문, 당 선관위가 작성한 질문지를 모은 것인데, 문제는 이걸 당 선관위와 진보정치가 공동으로 한 게 아니라 진보정치가 편집하는 식으로 됐다.

노회찬 의원측에서 “이건 문제가 있다. 그럼 애초부터 공동 지상청문회가 아니라 진보정치측에서 지상청문회를 한다고 하지 그랬냐”고 문제제기를 해서 일부 문항을 삭제 후에 보냈다.

그런데 이를 일부 당원이 당 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나섰고 이때 공개가 된 것이다. 당 선관위가 당 대선위원회에 문의를 하고 의논을 한 다음 공개 여부를 결정했으면 좋았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이번 경선이 조직선거, 계파선거로 흘러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대목이다. 세 분 후보가 특정한 정파를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다. 특정한 정차에 몸담아 왔을 수는 있지만, 특정한 정파나 정치 경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어쨌든 3명의 후보가 등록하고 난 다음에 자주 계열(NL계)이 지지후보를 결정했다.

좀 아쉬운 점이 이번 대선만큼은 당원들이 누가 대통령 후보로서 괜찮은가 독자적으로 판단을 하게끔 여건을 조성해 보고 싶은 바람, 정파선거에서 벗어난 선거를 만들어 보자 생각이 있었는데 결국 조직 선거로 몰려간 감이 있어 아쉽다. 참신함, 발랄함, 열기, 이런 것이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많이 터져 나오길 바랬는데, 다만 그게 정파 지지 문제로 일부 위축된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런데 약간 사족을 덧붙이자면 민노당의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민노당에 정파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것이고, 한 집안에 아버지와 아들간에도 생각이 다른 경우도 있자 않나?

정파 문제가 다른 정당보다 좀 나은 점을 굳이 꼽자면, 다른 당들은 정파가 아닌 계파라고 한다. 인물 중심으로 뭉치는 경우 계파라 표현하는 걸로 안다. 분명한 정치적 지행과 운동적 방법론으로 입장을 달리하는 정파가 있다는 자체가 근본적인 걸림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다양한 정파가 있다고 하더라도 단일한 팀으로 이끌어 갈 수 있으면 된다. 결국 그건 지도력의 문제이고, 우리 민노당은 “저래서는 안 된다”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민노당의 개별 정책들을 보면 서민층의 지지를 얻을 만한 것도 많고 각종 정치현안에 대해 어느 정당보다도 많은 연구를 내실있게 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로 과격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 같다. 특히 노동 부문이나 대북 문제 등이 특히 그렇다. 이런 부분이 전체적인 이미지를 많이 감점시키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 대한 민노당의 인식과 해결책은?

▲글쎄, 그게 참 어려운 질문이고 숙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진보적 과제라는 것 자체가 현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진보적인 의제도 정도의 차이가 있다. 반 발짝 앞선 진보가 있을 수도 있고, 한 발 앞선 진보, 상당히 앞선 진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진보성을 띠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론은 어느 진보노선, 진보정당이든 간에 한 번에 모든 걸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개별적인 과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진보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기득권층에선 반발할 수도 있고 기존 사고관에 익숙해져 있는 국민들에겐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특히 노동이나 북한 등 일부 문제에서 우리 민노당에 대해 이런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관련 발언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정파 문제가 연결되어 그런 것 같다.박홍 신부의 '주사파 발언'도 있었지만 이런 관점으로 민노당을 아직 바라보는 분도 많다.

이른바 '친북좌파'로 우리를 보는 것이다. 남북이 대립해 왔던 사회라서 한 마디만 해도 친북적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친북'이라고 하는 말에는 이미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북한은 나쁘다, 빨갱이라는 게 같이 연결되는 것 아닌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이야기하는 것과 북한을 추종하는 것은 다르다. '이데올로기'가 숨어있는 문제라 조심스러워 지는 건 분명 있다. 하지만 민노당의 대북관련 정책을 뜯어 보면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하는 이야기나 민노당이 하는 이야기 사이에 넘을 수 없는 근본적 차이가 있나? 그런 건 아니다.

NLL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공동 어로를 할 수 있는 평화수역으로 하자”라고 하면 영토를 떼어 주는 걸로 인식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큰 일일 수 있지만, 남북관계 개선 부문에서 보면 진일보한 것일 수 있다.NLL 제안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면, 북한에 돈을 벌어주는 사업인 개성공단 생산 문제, 금강산 관광 등은 어떻게 이해할까?민노당에게 붙는 '딱지(낙인)' 때문에 더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 같다.

-딱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본격적으로 민노당에 대한 '낙인'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각종 낙인이 민노당의 성장에 장애가 되지 않나?

▲그렇게 딱지 붙여도 많이 컸지 않나? (웃음) 그렇게 진보정당이 태동하던 97년부터 10년, 민주노동당 간판으로 2000년 1월 당을 연 때부터 잡으면 7년인데, 당이 이 정도 컸지 않나. 남북이 대치되어 있고 불과 얼마 전까지 조금만 진보적인 발언을 하면 '빨갱이'라고 낙인찍고 매장하던 서슬퍼런 분위기가 남아있던 걸 생각하면 상당한 성장이다.이제는 사회가 변한 것이다.

-사회적 인식이 진보정당이 성장하기 유리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한나라당도 이미 '신대북정책' 등등 왼쪽으로 약간 움직이지 않나? 보수정당도 좌측으로 움직여야 더 크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닐까? 그러므로 진보정당에게 좌파라는 딱지 붙인다고 해서 당이 시들시들 소멸하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한때 최대 13%까지 올랐던 민노당 지지율이 다시 꺾였다. 이를 회복할 방안이 있는가?

▲지지율이 들쑥날쑥이어서 뭐라고 이야기하긴 어렵지만.....작년에 일심회 사건으로 뚝 떨어졌고, 다시 회복하다가 최근 하락해 8%대인 것으로 안다.단기적으로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크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

진보정당이 어려운 게 진보와 보수간 대비를 선명하게 해야 하는데, 우리 나라는 그간 진보냐 보수냐가 이슈가 아니라 민주 대 반민주, 한나라당식으로 표현하면 민주세력 대 산업화세력간 대비 패러다임이 주가 되어 왔기 때문에 진보적 가치를 표방하는 정당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정치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몰락은 지역주의가 이미 몰락했음을 의미한다. 열우당의 정치실험도 실패했다.

이제 민주 대 반민주 구도라든지, 지역감정 같은 패러다임은 사라지고 진보와 보수간 대결 구도가 더 선명해 질 것 같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가 승리를 한다고 장담할 것은 아니지만, 진보정당이 주류적 가치로 가는 토양은 갖춰졌다고 생각. 올해 대선과 내년 총선에서 우리 민노당이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한다.

-심상정 의원은 '섀도우 캐비넷' 주장을 펴면서 당이 대선 지원에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당이 국회의원들을 잘 지원해 주지 않는다는 소리도 나온다. 당과 이원간의 역학 관계가 다른 정당과 다르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건 우리의 선택이었다. 여러 가지 정책적 실험을 한 것이다. 의회주의 정당에 경도되지 않고 운동 정당으로서의 성격을 갖기 위한 선택이자 실험이었던 셈이다.

이건 우리가 '거대한 소수' 전략을 세웠기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10명이 법안은 발의할 수 있지만 그것이 처리되려면 '이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많다, 대중적 흐름이 크다'는 걸 보여줘야 된다. 그러려면 국회의원들도 소중하지만, 밖의 힘을을 묶어 내기 위한 역할을 당이 해야 한다. 안과 밖을 묶어 내기 위한 역할을 당이 하는 것이라 당에 무게감이 실릴 수 밖에 없다.

완벽하지는 않은 구조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정치실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2007년 대선과 2008 총선 전략을 간략히 들려달라.

▲1차적으로 '주류적 가치'를 바꾸기 위한 큰 실험을 본격화하려고 한다. 이것이 대선과 총선에서 이뤄진다.좁혀서 이야기하자면, 내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목표다.그렇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도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

정치 지형이 민노당에 나쁘지 않다. 다만 '비판적 지지'라는 망령을 떨쳐 나가야 한다. 민노당을 지지하면서도 사표 방지 심리 때문에 기성정당 중에 그나마 나아 보이는 정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한다며 표가 그쪽으로 이탈해 민노당은 항상 표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

하지만 민노당에 대한 지지도 많이 높아졌고, 비판적 지지 문제에 관한 국민들의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우리 민노당도 바뀌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니만큼, 큰 성장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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