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의 기준 애매모호…구걸인 주머니 턴다는 비판 높아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18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구걸행위 금지법'이 통과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의결·통과된 '경범죄처벌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앞으로 어린이나 노약자, 장애인에게 구걸을 시켜 돈을 뜯는 행위 외에도 '공공장소에서 구걸하여 타인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하는 행위'는 1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에 처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여론은 최근 위압적인 구걸 행위로 시민들이 불편이 겪는고 있다는 사례는 종종 접할 수 있으나, 가난으로 인한 구걸을 징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가혹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도 '구걸행위 금지법'이 존재하고는 있기는 하나, 그것은 모든 구걸의 대상이 아닌 '행인들의 몸에 손을 대는 등 거친 구걸행위, 지하철역 버스정류소 건물입구 등에서 동냥행위'나 '관광객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 등 구체화된 단속대상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달 국회에서 정해진 '구걸행위 금지법'은 그 기준이 애매모호해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은 "종전법률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길을 막거나 시비를 걸거나 주위에 모여들거나 뒤따르거나 또는 몹시 거칠게 겁을 주는 말 또는 행동'을 처벌하도록 명시돼 있는데, 이미 근거조항이 있는 상황에서 ‘구걸’을 다시 언급하는 것은 단속권자에게 구걸행위 자체를 금지시킬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며 "‘통행방해’, ‘귀찮게’란 기준도 단속권자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무차별적 단속의 명분으로 활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진보신당 정책위원회은 논평을 통해 “생활고를 견딜 수 없어 구걸을 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린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이 법률은 구걸하는 사람들을 구류 등의 방식으로 사회와 격리시키겠다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지적하며 "법률이 구걸인의 주머니까지 털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또 "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때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마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았던 풍경을 연상시킨다"며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나 이 법안을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통과시킨 의원들의 정신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시쳇말로 '멘탈 붕괴' 상태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법을 만들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판단해 누군가에게 확실히 피해를 줄 때만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파리, 페루 등 해외에서는 관광객 피해를 우려해 법으로 구걸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국가 이미지 차원에서도 지나친 구걸은 제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10만 원이 없어서 구걸하는 건데", "국회 미쳤음. 조선실록영어번역에 100억원 통과",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쪽박 깨는", "가짜 거지라면 기분나쁘겠지만..구걸행위 자체를 처벌이라니..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 ㅠㅠ", "이게 국회통과 됐다는데 동냥은 못줄망정 쪽박까지 깨겠다는건 좀 심한처사 아닐까요?", 국가가 보호할 사람을 처벌? 당연 반대!", "거지에게 벌금받으면 나라가 거지를 통한 앵벌이 하는거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자발적인 구걸행위에 대한 처벌은 찬성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이 법이 원활하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세세한 처벌 기준의 확립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개정법률안에는 '구걸행위 금지법'외에도 경범죄 처벌항목에 광고물을 무단으로 뿌리거나 끼우는 행위, 스토킹과 관공서 주취소란이 추가됐다.
관공서 주취소란의 경우 6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과료 처분을, 나머지 경범죄는 10만원 이하 벌금이나 구류·과료 처분을 받게 된다.
거짓광고, 업무방해, 암표매매, 출판물 부당게재 등 부당이득을 목표로 하는 경범죄에 대해서는 범칙금을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그동안 시대가 변해 처벌의 필요성이 없어진 비밀춤 교습 및 장소제공, 뱀 등 진열행위, 전당품장부 허위기재와 같은 일부 조항은 삭제됐다.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은 법제처 심사 후 국무회의 상정, 대통령 재가를 거쳐 관보에 게재되며 공포되는데, 법률 부칙에 따라 공포 후 1년이 경과된 후에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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