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I20120202_0005815126_web.jpg


[투데이 코리아=송하훈기자]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을 수사해 온 대구지검은 14일 승부조작에 프로선수 18명이 가담해 총 23경기가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수사기간 모두 31명을 국민체육진흥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인지해 조사를 벌였으며, 이중 11명을 구속기소, 16명을 불구속기소, 4명을 군 검찰에 이첩(군 검찰 4명 구속기소)했다고 수사결과에서 밝혔다.

◇18명 가담, 23경기 조작

대구지검 강력부( 조호경 부장검사)에 따르면 총 31명을 국민체육진흥법위반죄 등으로 인지, 이중 11명을 구속 기소, 16명을 불구속 기소, 4명을 군 검찰 이첩(군검찰 4명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전주와 브로커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선수들을 포섭, 승부조작에 성공하고 도박사이트를 통해 조작된 경기에 집중 베팅해 거액의 배당금을 챙겼으며, 선수들은 브로커들로부터 승부조작 대가로 금품을 건네 받아왔다고 했다.

프로선수 18명(남녀 배구 선수 16명, 프로야구 투수 2명)이 승부조작에 가담했으며, 총 23경기(배구 18경기, 야구 5경기)가 조작됐고 이들 가담 선수들은 대가로 경기당 150만~500만원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수사로 검찰은 스포츠 정신을 망각하고 승부조작에 관여한 선수, 브로커, 전주 및 도박사이트 운영자를 대거 적발, 그간 의혹이 제기된 프로배구·야구 승부조작의 구조적 비리를 밝혀낸 것은 물론, 승부조작의 만성화와 재발을 방지하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다수의 선수가 개입된 광범위한 승부조작

승부조작은 남자 배구 2010, 2011 시즌 17경기(가담선수 14명), 여자 배구 2011 시즌 1경기(가담선수 2명), 야구 2011 시즌 5경기(가담선수 2명)가 조작됐다.

승부조작이 이뤄진 프로구단은 한국전력, 상무(이상, 남자 배구), 흥국생명(여자 배구)과 LG트윈스, 넥센히어로즈(야구)이며 이중 한국전력, 상무 소속 선수가 다수를 차지했다.

검찰은 상무에서 승부조작에 관여한 선수들은 제대 후, 삼성화재,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에서 선수 내지 전력분석관으로 활약했으며 상무에서의 승부조작 사실이 밝혀져 수사를 받고 입건됐다고 전했다.

배구 브로커들은 승부조작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리베로, 세터, 레프트, 라이트의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을 골고루 포섭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승부조작

판독이나 적발이 어렵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승부조작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구선수들은 의도적으로 불안정하게 리시브, 토스를 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스파이크를 하며 마치 범실을 한 것처럼 가장했으며 관객이나 심판조차도 승부조작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승부조작에 관여했다.

일명 '핸디캡 방식' 승률이 떨어지는 팀이 일정 점수(예컨대 6점) 이상으로 패한 경우 배당금을 지급하는 배당방식을 활용했다.

야구의 경우, 경기 첫 회 '볼넷'을 던져 마치 몸이 풀리지 않아 볼넷이 나온 것처럼 가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승부 전체를 조작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 1회에 볼넷이 있으면 배당금을 지급하는 배당방식을 활용해 투수에게 1회에 고의 볼넷을 던지도록 주문하고 이에 베팅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승부조작 기법을 활용, 브로커와 선수들이 의도한대로 대부분의 승부조작에 성공, 전주와 브로커들은 베팅을 통해 거액을 손쉽게 챙길 수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아울러 승부조작에 실패한 경우, 승부조작에 관여한 선수가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실수를 많이 해 감독이 해당 선수를 교체하거나(배구) 볼을 던졌는데 타자가 볼을 쳐서 아웃되는 때(야구)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전주나 브로커들은 도박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베팅 종류 중 조작이 쉬운 부분을 골라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선수들은 이에 따라 승부조작을 감행한 것이다.

◇전·현직 선수가 브로커는 물론 도박 사이트에 베팅까지

검찰은 배구의 경우 한국전력 A 선수, 상무 B 선수는 브로커에 매수된 뒤 선배의 지위를 이용, 직접 다른 선수들을 접촉해 승부조작에 끌어들인 후 그 대가로 금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특히 A 선수는 남자선수에 이어 여자선수 2명까지 승부조작에 가담하도록 권유, 승부조작에 성공했던 것으로 조사에서 드러났다.

야구는 전직 대학야구 투수 출신인 브로커 김모(26)씨가 고등학교 후배(투수 김성현 선수), 대학야구 선수로 활동하던 중 알게 된 선수(투수 박현준 선수)에게 볼넷을 던지면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것.

또 배구선수 출신의 브로커들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대가를 지급받았을 뿐만 아니라, 직접 도박사이트에 베팅해 이중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브로커들은 소속팀 동료나 후배 선수들 5명을 미리 포섭, 승부조작을 하게하고 그 대가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두 시즌에 걸쳐 9경기의 승부를 조작했으며 직접 도박 사이트에 베팅, 게임당 1000만~2000만원 상당의 배당금을 챙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들 스포츠 종목에 관계없이 승부조작에 관여

브로커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에게 접근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승부조작 때 대가를 지급하겠다고 유인하거나 선수를 브로커로 활약하게 해 그 선수의 동료나 후배들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토록 했으며 또 학연이나 지연을 이용, 자연스럽게 선수들에게 접근, 친분을 쌓는 등 상대방이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을 연출했다.

특히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브로커 2명은 축구는 물론 배구 승부조작에도 관여했으며 배구 브로커 1명은 야구 승부조작에도 전주로 가담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프로배구 승부조작 전주는 선수브로커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한편, 직접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부당이득을 챙긴 것도 드러났다.

이 전주는 2010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친구, 후배들과 필리핀 등지에 사무실을 두고 미국 서버 등을 사용해 도박 사이트를 운영, 6억50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인터넷 도박사이트와 연계된 승부조작사건인 만큼, 브로커와 전주들의 평균 연령대는 20대 후반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일련의 수사를 통해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의 구조적 비리를 낱낱이 밝혀냈으며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 브로커, 전주 등은 모두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승부조작 수사 계획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브로커, 전주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 폭력조직 개입여부를 명확히 규명할 계획이다.

아울러 프로스포츠 승부조작에 관한 정보수집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승부조작에 관한 뚜렷한 단서나 정황이 발견되면 승부조작의 발본색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