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이든 급변하는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곧바로 미래를 대비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초일류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웰치 전(前) 회장은 누구보다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를 보는 직관이 뛰어난 경영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80년대 초 잭웰치가 최연소의 나이로 CEO에 오를 당시 GE는 스팀다리미, 커피메이커 등 주력 상품인 가정용 전열기구의 매출이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럼에도 잭웰치는 과감하게 금융, 서비스 등 새로운 영역으로의 업종전환을 통해 재임기간동안 수익을 10배 이상 성장시켰다. 그는 저임금을 앞세운 아시아 국가들의 추격 속에서는 더 이상 기존 업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잭웰치는 “기업의 혁신이란 1~2년 전에 비해 얼마나 바뀌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세계의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 하느냐의 문제”라고 환경변화에 대한 새로운 성장동력의 개발을 주문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국내의 한 대기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한 예로 핵심 간부급 인재들을 대상으로 변화의 대처방법과 위기관리, 그리고 리더쉽 등을 주제로 한 미국 하버드대 석학들의 교육프로그램을 추진했다.

하버드대가 기업의 요청을 받아 연수용 특정프로그램을 운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세계적으로 위기관리 분야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는 애드먼슨 석좌교수를 비롯 하버드대 유명 교수진들이 참여했다.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가 재기한 ‘버라이존’과 ‘시몬스 침대’, ‘어린이 병원(Children's Hospital)’ 등의 사례연구가 교육과정의 핵심이었다.

성장을 이어온 한 국내 대기업이 체제정비에 나서는 것은 발빠르게 추격해오는 중국과 기술력을 앞세워 한 발 앞서가는 일본 사이에 샌드위치 상태인 한국 상황을 염두에 둔 미래대비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 필자가 조달청장으로 부임할 당시 조달청도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었다.
단체수의계약제도와 저장품 업무가 폐지되어 조직의 기능변화가 절실했다. 특히 지방분권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구매자율화 흐름으로 조달청의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

조달청은 지난 2002년 9월 국가종합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개통하여 조달과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인바 있다. 이는 공정성 시비와 비리의혹에 휩싸였던 조달업무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1의 조달혁명’이었다.
나라장터 개통 이후 조달청은 유엔(UN)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 국제기구로부터 정부혁신분야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 받는가 하면 사업규모에서도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제1의 조달혁명이후 성장기를 누려왔던 조달청이 최근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저장품 업무의 폐지로 조직 축소가 불가피하고 고객들의 서비스 요구수준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방분권에 따라 지자체는 오는 2008년부터 모든 물품을 자체 구매할 수 있으며 2010년부터는 시설공사도 자체집행이 가능해 진다. 그렇게 되면 전체 조달사업의 절반 이상이 축소되게 된다. 이제 정부조달시장도 개방과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재도약을 위한 ‘제2의 조달혁명’이 시급한 시점이다. 제1의 조달혁명이 전자조달시스템이라는 업무프로세스 중심의 하드웨어적 변화였다면 제2의 조달혁명은 조달환경변화에 맞도록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가치관 등을 수요자 관점으로 바꾸는 소프트웨어적 변화에 비중을 두고 있다.

종래의 최저가낙찰제와 같이 획일적이며 가격중심인 낙찰제도를 품질과 디자인 중심으로 전환하고 전문성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조달서비스이용에 관한 업무협약(MOU) 체결을 추진해온 것도 수요자 지향의 제2의 조달혁명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글로벌기업들이 위기국면을 재도약의 전기로 삼았던 것처럼 조달청도 제2의 조달혁명을 자율구매시대의 돌파구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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