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2개사 정기주주총회 개최…'오너리스크'에도 조용히 넘어가


▲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 대강당에서 열린 SK그룹의 지주회사 SK 제 50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김영태 SK 대표이사 사장이 예정된 안건을 주주의 반대 없이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이규남 기자] 무려 672개사가 동시에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 '슈퍼 주총데이'가 이변없이 넘어갔다.

23일에는 하이마트, SK 등 유가증권시장 309개사와 비트컴퓨터, SK브로드밴드 등 코스닥시장 363개사 등 모두 672개사의 정기주총이 동시에 진행됐다.

이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경영진에 대한 '이사 선임의 건'이 안건으로 올라와 있어 진통이 예상됐으나, 별다른 진통없이 주총이 치러졌다.

하이마트, 오너리스크 '쉿'

서울시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하이마트 주총에서는 대검 중수부가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에 대한 재산 해외도피 및 탈세의혹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선 회장 대신 유경선 하이마트 대표이사(현 유진그룹 회장)가 주총의장을 맡아 진행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매출 3조4053억원, 영업이익 2574억원 등의 실적에 대한 승인과 이사보수 한도를 210억원에서 180억원으로 축소하는 안건 등 2개의 안건이 통과됐다.

특히 검찰의 선 회장에 대한 수사로 그동안 추진해 온 인수·합병(M&A)은 무기한 연기돼, 이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별다른 의견 제시 없이 마무리됐다.

한화케미칼, 김승연 회장 사내이사로 승인

한화의 김승연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회사를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고갔지만 별다른 비판을 받지 않은 채 '무사히' 주총을 치렀다.

한화케미칼은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세종호텔 세종홀에서 주총을 열고 김승연 한화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승인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한 일반 주주가 "김 회장이 이 회사를 위해 얼마나 봉사할 지 의문"이라고 발언했을 뿐 반발이 크게 일지는 않았다.

현재 김 회장은 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 2일 검찰이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하면서 이에 대한 선고만 남겨 둔 상황이다.

SK㈜, 20여분만에 주총 끝

SK㈜는 26분만에 주총을 끝내는 '기록'을 세웠다.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선임 ▲이사보수 한도 등 5개 안건에 대해 단 한건의 반대도 없었다.

또 이날 주총을 통해 이사 보수 한도를 지난해와 동일한 120억원으로 결정하고, 상법 개정에 따라 사채 발행 권한을 이사회와 대표이사에게 위임토록 정관을 변경했다.

앞서 SK㈜는 주총을 통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려 개인투자 등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이 사내 이사로 선임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었으나, 최 부회장이 이사직에서 물러난다는 의사를 밝혀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

삼천리, 소액주주 요구 무산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동 삼천리 본사에서 열린 삼천리 주주총회에서는 '소액주주들의 요구'가 '기타 주주제안의 건'이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찬성률 미달로 부결됐다.

이날 소액주주들은 ▲주당 1만원의 배당 ▲유상감자 ▲30만주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을 요구했으나, 표결을 통해 1주당 3000원의 현금배당(의사회안)이 통과되고 나머지 안건들이 부결되면서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다만 소액주주 대표인 강형국 대표가 "(이번 소액주주 반발을) 이벤트로 생각하지 말고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주주를 끌고 가지 않을 것이면 주식회사가 있을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여, 주총 현장에서 긴장감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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