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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조정석 기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3일 차기 세계은행 총재에 짐용김(53·Jim Yong Kim·한국명 김용) 다트머스대학 총장을 지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은행 창설 초기부터 총재를 배출해온 미국의 김 총장 지명은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187개국이 참여한 세계은행은 개도국에 개발기금 지원을 통해 댐과 도로 등 인프라 건설을 촉진하고 빈곤 척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김 총장의 지명을 발표하고, "김 총장은 개도국 환경을 향상하는 데 꼭 필요한 경력을 갖고 있다"며 "이제 세계은행은 개발 전문인이 맡을 때"라고 밝혔다.

2009년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아이비리그의 총장에 선출된 김 총장은 국제보건 및 개발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5살 때 아이오와 주로 이민 갔으며 1982년 브라운 대학을 나온 이후 하버드대학에서 의학과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하버드 의대 교수와 하버드 의대 국제보건·사회의학과 학과장으로 재직한 뒤 2009년 3월 다트머스대학 총장에 선출됐다.

김 총장이 이끌고 있는 다트머스대학은 미 북서부 뉴햄프셔 하노버에 위치한 240년 전통의 아이비리그 명문대다.

김 총장은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100인', 'US 뉴스&월드 리포트' 의 '미국 최고의 지도자 25인'에 선정된 바 있다.

미 관리들은 김 총장의 지명으로 미국의 세계은행 지배력과 관련해 개도국들의 반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사임을 발표한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의 후임 지명에 상당히 고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김 총장을 비롯해 수전 라이스 주유엔 미 대사,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10여 명을 후보로 고려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총장의 에이즈 확산 방지 활동과 빈민지역 결핵 퇴치 노력 등에 끌려 그를 최종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 총재직에 도전 의사를 밝힌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날 대변인을 통해 "김 총장의 지명을 100%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지명 발표에는 다트머스대학 출신인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김 총장의 세계은행 총재 지명을 처음으로 추천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김 총장의 지명을 지지했으며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김 총장은 다년간 전 세계 에이즈 치료 등 보건과 개발에 지도력을 발휘했다"며 "그는 이런 경험을 통해 세계은행을 이끌 영감을 주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은행 총재 후보 지명 시한은 이날 오후 6시(워싱턴 현지시간)까지이며, 다음 달 21일 25명으로 구성된 세계은행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선출한다.

이번 세계은행 총재 선출에 처음으로 신흥시장국이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앙골라와 나이지리아, 남아공 등 3개국은 은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후보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또 브라질은 전 콜롬비아 재무장관인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를 지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콜롬비아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수장에 더 관심을 갖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워싱턴 소재 세계개발센터(CGD) 낸시 버드설 대표는 "오콘조 이웨알라와 같은 훌륭한 후보가 지명되면서 미국은 이에 맞설 매우 강력한 후보를 지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이는 지정학적인 전망이 바뀌고 있으며 미국이 '홀로 할 수 없다'는 징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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