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젊은이들에게 표달라면서 업적 있는 20대만 공천하라는 건'이율배반'

[투데이코리아=박한결 기자]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의 피선거권은 만25세가 되어야 생긴다. 우리나라의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1954년 제 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만 26세로 당선됐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사실, 20대로 대변되는 젊은층들은 그간 정치에 대해 관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일어난 야권의 바람은 젊은층의 높은 투표열기를 바탕으로 이뤄낸 성과라는 평이 이어졌다.

역대 선거 승패와 젊은층의 투표율을 비교해도 20, 30대의 정치 참여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의 낙승으로 끝난 2009년 18대 총선 때 20대와 30대 투표율은 28.5%, 35.5%로 저조했다. 반면 야권이 완승한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는 20대와 30대 투표율이 41.6%와 46.2%로 뛰었다. 그간 야권이 이겨본 적이 없던 분당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당선된 것도 젊은층의 높은 투표율 때문이었다.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젊은층들의 정치 참여 열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4.11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이들의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은 이 같은 여론을 살피면서 대책을 세웠다. 이벤트에 익숙한 야권은 방송의 예능 트렌드로 자리 잡은 슈퍼스타K 방식의 ‘오디션 기획물’을 내놓았다. 그 결과 민주통합당은 비례대표 당선권인 앞순번에 2명의 젊은 후보(안상현, 장하나 후보)를 내세웠다. 원래 4명의 후보를 내세우려고 했으나 당내 일부의 반발로 2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통합진보당 역시 비례 3번에 31세의 김재연 전 반값등록금 국민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을 배치했다. 이들의 당선권 배치는 젊은층의 표심을 노리는 전략이다.

이들이 표를 달라고 애원하는 대상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젊은이들이다. 하지만 일부 인사들은 “정치인이 되려면 평범한 사람보다 더 우월해야해”라는 인식을 가진 듯 하다.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27일 한 라디오에 출연, 4.11총선 부산 사상구에 출마하는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에 대해 “순수해서 실수했다면 순수하게 직장생활이나 했어야지 국회에 나오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손수조 후보는 1985년생으로 새누리당 젊은 이미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유시민 대표는 “나이가 젊다고 해서 국회의원 출마를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20대에도 뭔가 좀 국회의원 후보로서 자질이나 이런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정도의 활동의 업적 정도는 있는 사람을 (공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손 후보가 국회의원 후보로서 다른 보통의 20대 젊은이들보다 조금이라도 주어진(나은) 게 뭐 있는지 대체 잘 모르겠다”고 말했으며, 손 후보의 1500만원 기탁금 거짓말 논란을 새누리당이 ‘순수한 마음’이라고 옹호한 데 대해선 “순수한 청년으로 열심히 직장생활 하거나 그렇게 하고 살아야죠”라고 답했다.

물론 유 대표의 발언은 손수조 후보 때리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또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국회의원이 되려면 일정 정도의 수준과 준비는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보통 젊은이들에게는 표를 달라고 요구하면서 대한민국 평균인 보통의 젊은이에게 ‘너희들은 정치권에 발을 들여서는 안돼’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해 보여 씁쓸할 뿐이다. 한 트위터리안은 트위터에 유 대표의 발언과 관련 “별 개소리 다 하네. 정치가 사기치는 일인데 그 준비는 안 하는 것이 백번 낫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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