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인근 진보통합당 유세현장…출근길 시민·상인들 “우리는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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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29일 아침, 출근길이 총선 후보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원들의 확성기 소리로 얼룩졌다.

이날 자정을 기해 총선 본격 선거운동이 가능해지면서 다시 한번 이른바 '소음공해 선거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날 신림역 2번출구로 가는 인도에는 수십 여명의 보라색 자켓을 입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즐비해 있었다. 이 지역(관악갑)에 출마한 같은 당 이상규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의 현장이었다.

이 대표는 유세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서 "현정권을 심판해 주십시오. 여러분들이 할 수 있습니다"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한 표를 호소했다. 주변에 서 있던 운동원들도 피켓을 아래위로 흔들거나 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등 이들의 소음으로 인해 이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었다.

물론, 이를 바라보는 지역 구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못했다. 출근길의 대부분의 주민들은 보랏빛 자켓물결에 한 번 눈길을 돌렸다가 이내 시선을 돌리며 미간을 찌푸리기 일쑤였다. 분초를 다투는 출근길인데다가 아침부터 확성기를 통한 고성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들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인근 도로변의 선거유세 차량도 도로의 교통흐름에 방해가 되는 것은 물론, 개조된 유세차량에서 수십번 반복되어 나오는 선거송도 출근길 시민들의 귀를 괴롭히기는 마찬가지였다.

출근길에 만난 신림동에 거주한다는 회사원 김모(女·25)씨는 "아무리 선거유세가 중요하다지만, 아침부터 이렇게까지 소음을 내면서 해야 하나. 아침부터 짜증이 몰려온다"고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선거운동에서 확성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라도 내놨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출근길인만큼 가뜩이나 좁은 거리에 통로를 막고 선거운동을 하는 데다가 소음으로 인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안양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박모(男·46)씨는 "후보나 후보가 소속된 정당 대표들이 확성기를 들고 한 표를 호소하지만, 사실 출근길의 시민들은 그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오히려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음을 많이 내는 후보일수록 더 찍어주고 싶지 않다.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피해만 준다. 사실 그런 사람이 정치를 잘 한다는 보장도 없다"고도 했다.

지하철을 이용해 화곡동으로 출근한다는 이모(男·33)씨도 "아침부터 너무 시끄럽다. 정치인들은 평소에는 자신의 지역구를 거의 외면하다시피 하다가도 선거철만 되면 철새처럼 지역을 찾아온다"며 "한 표를 호소하는 것도 좋지만, 그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며 정치인들의 구태 정치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인근 상가의 상인들도 울상은 마찬가지였다. 인근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男·40)씨는 "시끄럽기도 하거니와 출근길의 손님들이 선거운동원들이 서 있어서 그런지 발길이 끊긴 것 같다. 매상의 절반이 아침 출근길의 손님들인데 며칠간을 더 이렇게 손해봐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인근의 김밥전문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밥전문점 강모(女·50) 사장도 "아침 일찍부터 출근길 시민들에게 팔 김밥을 만들었는데 다른 날에 비해 매상이 형편없다"며 "유세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유세만 생각했지, 주변 상인들의 배려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정치권에서는 매번 총선마다 유권자들의 참여를 높이고 올바른 정보 전달을 위해 보다 나은 홍보방식을 고민해 오고 있지만, 19대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대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주민들의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날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만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을 뿐, 확성기로 인한 소음에 대한 규제나 선거유세 차량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은 마련돼 있지 않아 이와 관련된 개정안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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