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서소영 기자] 조카의 교통사고 사망보상금 1억2000만원을 가로채 탕진한 것도 모자라 제부를 자살로 내몬 비정한 언니와 동거남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딸을 죽여 놓고 할 말이 있느냐'고 큰 소리를 쳤고 사고 당시 운전을 한 제부가 죄책감에 자살하자 '제부에게 보상금보다 많은 돈을 빌려줬다'고 억지주장을 했다.

지난 2010년 6월14일 서울 강남구 청담대교 부근에서 유모씨(53·여)의 제부인 김모(52)씨가 술을 먹고 차를 운전하다 방호벽을 들이받아 딸(당시 16세)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김씨도 중상을 입었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유씨는 경황이 없던 친동생에게 "남편이 음주운전을 했기 때문에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고 겁을 준 뒤 "잘 아는 보험회사 직원이 있으니 내가 대신 받아 주겠다"고 유혹했다.

남편마저 다쳐 믿을 데라곤 가족밖에 없던 동생은 언니 유씨를 믿고 며칠 후 보상금 수령을 부탁하며 통장과 인감증명 등을 건넸다.

하지만 유씨는 같은달 29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동생의 통장으로 들어온 보상금 1억2700만원을 빼돌려 동거남 이모(63)씨와 함께 카드빚을 갚거나 고급 승용차를 사는 등 탕진했다.

동생부부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사망 보상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자 유씨는 '딸을 죽여 놓고 할 말이 있느냐'고 큰소리를 쳤다.

동생부부는 보상금을 돌려주지 않는 유씨와 기약 없는 싸움을 해야 했다.

급기야 김씨는 지난해 7월5일 유씨와 전화상으로 말다툼을 벌인 후 경기 광주시 자신의 아파트 7층에서 투신자살했다.

그간 유씨에게 '딸을 죽였다'고 매도 받아 쌓인 자책감과 분노가 스스로 생명의 끈을 놓게 한 것이다.

딸에 이어 남편까지 잃은 동생은 같은해 7월28일 '언니 내외를 처벌해 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유씨는 검찰조사와 법원 재판 과정에서 '보험금을 사용한 것은 맞지만 김씨에게 1억3500만원을 빌려 줬기 때문에 횡령이 아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액을 모두 현금으로 거래했다는 점이 이례적일 뿐인데다 유씨가 이와 관련된 출금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유씨가 김씨가 자살하기 전까지는 보상금을 돌려 달라는 동생부부에게 '김씨에게 1억3500만원을 빌려줬다'는 주장을 한 적이 전혀 없다'는 점도 꼬집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김경희 판사는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유모(53)씨와 동거남 이모(63)씨에게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유씨와 이씨 각자 동생에게 1억27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사고로 경황이 없는 동생 부부로부터 숨진 조카의 사망보상금 수령을 위탁받은 것을 기회로 이를 횡령한 것으로 죄질이 극히 좋지 못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어 "특히 반환을 요구받고도 이를 외면해 상심한 제부가 자살을 하게 되는 단초를 제공했다"면서 "그럼에도 법정에서 까지 범행을 부인하면서 전혀 반성하지 않아 상응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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