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기대 등 사회적 요구에 수학에 흥미 잃어"

[투데이코리아=송인석 기자]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수학을 못한다'는 속설이 지난달 치러진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확인됐다.

실제로 수리 가형에서 1등급을 받은 학생의 77%는 남학생, 만점자의 83%가 남학생이었다. 수리 나형에서도 1등급에 해당하는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많았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남녀의 수학 점수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눈에 띈다. 2003년에는 남학생 552점, 여학생 528점이던 것이 2009년 평가 결과에서는 남학생은 548점, 여학생은 544점으로 점수 차이가 많이 좁혀졌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학업성취도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TIMSS(Trends is International Mathematics and Science Study)에서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1999년에 이어 2003년에도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별에 따른 점수차가 줄어들었다.

흔히 남녀의 수학 점수차는 생물학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타임지(2005년)에서는 남성의 뇌 표면적이 여성에 비해 10% 정도 넓고 이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뇌의 작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여성은 좌뇌와 우뇌가 남성보다 잘 연결돼 있어 이성적 판단이 흐려질 수 있는 반면 남성은 좌우가 더 확실히 구별된다.

그러나 황우형 고려대 교육대학원 수학교육과 교수는 "수학에서는 개념적으로 이해할 때는 전체적인 것도 알아야 하고 세부적인 것도 알아야 한다"며 "좌뇌와 우뇌가 다 쓰여 생물학적로는 남녀의 수학 점수차를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남자와 여자의 수학 점수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황 교수는 "여학생에 대한 교사나 학부모의 기대가 다르고 여학생도 주로 문과로 진로를 정하면서 수학 공부에 대한 마음을 접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 요구와 기대가 바뀌고 여학생들도 수학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관심을 가지면 자연히 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 조나단 케인 연구팀은 지난해 미국수학회보(the Notices of the American Mathematical Society)를 통해 "여성이 평등하게 대접받는 나라의 여학생들의 수학성적이 좋았다"며 "성별에 따라 나타나는 수학 실력의 차이는 나라마다의 문화적·사회적 요인에 근거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분위기와 부모의 기대 등은 수학에 대한 학생 개인의 학습 태도에 영향을 준다. 수학에 대한 태도 차이는 다시 수학점수의 차이로 이어진다. 수학에 대한 태도는 수학에 대한 자신감, 흥미, 가치인식을 포함한다.

'한국 학교 수학회' 소속 이봉주·송미영 박사는 학국학교수학회논문집에서 수학 성취수준별로 수학에 대한 태도를 남녀를 나눠 분석했다. 분석결과, 모든 학교에서 수학에 대한 태도는 여학생 평균에 비해 남학생 평균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학 태도의 성차 분석 결과, 평균 태도 점수는 남학생 2.812점, 여학생 2.677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학생은 여학생에 비해 수학 태도 점수가 높았다. 특히 흥미와 자신감에서 여학생과 큰 차이를 보였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는 수학 태도 평균이 남학생 2.605점, 여학생 2.427점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경우 수학 태도에 대한 평균 점수가 남학생 2.469점, 여학생 2.321점으로 집계됐다.

조민식 한국교원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수학 과목에서 '남녀의 차이가 있나'하는 것은 수학계에서도 민감한 문제"라며 "하버드의 로렌스 서머스 총장도 여학생이 과학·수학과목에 취약하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솔직히 남녀 차이가 없다고 보지만 학력평가 등에서 여학생의 점수가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것은 선호도와 관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교사가 학생이 수학과목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수업 방법을 모색하고 학생도 수동적으로 문제만 푸는 방법에서 벗어나 수학 자체에 대한 책을 찾아보는 등 수학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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