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화 국제전화로 속여…발신지 '영국' 내역 공개


▲ 발신지가 '영국'이라고 찍힌 KT 통화사실내역서 [사진=참여연대 등 제공]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지난달 주주총회장이 연임에 대한 반대파와 찬성파의 몸싸움과 고성이 오고가는 난장판이 된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이석채 KT회장이 사기혐의로 고발됐던 '세계7대 경관투표 사기' 건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참여연대와 KT새노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KT가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국제전화 투표 업무를 담당하면서 해당 전화서비스가 국제전화가 아님에도 이를 속이기 위해 기술적 조작을 했다는 주장을 하며 이를 입증하는 통화사실확인내역서를 공개했다.

KT가 스위스 뉴세븐원더스재단이 2007년 7월부터 주최한 세계 7대 자연경관 지정을 위한 투표사업에서 001-1588-7715라는 전화를 통해 국내 전화망을 이용했면서도, 마치 국제전화를 사용한 투표인 것처럼 위장해 고객들에게 국제전화요금을 부과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한 통화사실내역서에는 '통화일자 2011년 10월24일, 착신번호 001-1588-7715, 착신국가 영국'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들은 "KT가 지난해 4월 투표시스템을 국내교환기에서 통화종료 처리, 전용회선을 통한 일본내 서버로 투표결과 전송이라는 방식으로 바꾸고도 국제전화 요금 부과에 가장 중요한 착신국가를 영국으로 그대로 뒀다"고 지적하면서 "국제전화는 착신국가에 따라 요금이 달라 요금고지서에 착신국가가 반드시 명시된다. 이는 요금부과의 기본이고 실수란 있을 수 없다"며 "KT가 고객을 속이기 위해 매우 조직적으로 착신국가에 관한 전산데이터를 거짓으로 왜곡하면서 사기를 자행했음을 보여주는 충분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정도 기술적 조작과 착신국가에 관한 전산조작은 실무 단위가 아닌 이석채 KT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관련되지 않았다면 결코 가능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믿는다"며 "이 회장은 사법적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KT가 반성없이 진실을 호도하면 제주도를 중심으로 전화 투표 사기피해자를 모아 KT를 상대로 부당이익금 환수 소송을 제기하고, 전 국민적 서명운동을 통해 진실을 알려나가고 새 국회에서 진실 규명을 청원하는 등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KT의 세계7대 경관투표와 관련한 잡음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KT 측은 그동안 “요금이 비싸지지 않도록 국내에 있는 국제관문국을 활용했다”, “사업용전용회선으로 일본의 서버로 연결된다”고 해명해왔다. 하지만 '영국'으로 통화내역이 찍힌 내역서가 공개된 이상 더이상의 해명은 어려워보인다.

앞서 지난달 15일 민주노총 등 63개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으로 구성된 ‘죽음의 기업 KT와 계열사 노동인권 보장과 통신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KT공대위)는 제주 7대 경관 투표 가짜 국제전화 사기사건에 대해 이석채 회장이 책임을 물으며, 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하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해 KT공대위는 “투표에 들어간 제주도의 행정전화 요금만 211억원”이라며 “국민 개개인이 입은 손해도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사기 사건을 이석채 회장이 모르고 있었다면 경영자로서의 무능의 극치일 것이며 알고도 진행시켰다면 부도덕의 극치일 것”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이 회장은 책임을 면할 길 없으므로 공대위는 이석채 회장이 즉각 퇴진할 것과 법적 책임을 질것을 전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KT는 “공대위 측이 고발장에서 피고소인들이 국내전화로 전화투표를 진행한 후 데이터만 해외에 전송됐다. 국제전화서비스가 아니라고 사실과 다르게 주장했다”고 지적하며 "건당 전화 180원, 문자 150원으로 저렴한 금액으로 (투표요금을)책정했고 수익금도 제주도에 기부했다. 그럼에도 투표 참여자들에게 국제전화 요금을 부과하고 폭리를 취했다는 허위주장을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등 심각한 명예훼손을 일으켰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16일 KT공대위 직원들을 무고죄로 고소해 맞불작전을 펼쳤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위법성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는 했으나 이렇다할 해결책을 내놓지 않자, 지난 23일 참여연대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케이티(KT)의 불법행위를 묵인·방조했다’며 감사원에 방통위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태이다.

감사원은 최근 제주참여환경연대 등의 감사 청구를 받아들여 조만간 제주도에 대한 감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번 참여연대의 감사 청구까지 받아들여지면, 제주도에 이어 방통위까지 감사가 확장될 예정이어서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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