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지방해경청, "대형선박 8척으로 서해바다 지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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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코리아=송하훈기자] 대한민국의 영해를 침범한 중국선원들이 단속에 나선 공권력에 대항해 또다시 흉기를 휘둘렀다.

매번 인명사고가 날 때마다 '반짝 관심'을 보이는 정부와 '중국어선 단속·처벌 강화'를 외치면서도 상정된 관련법을 휴지통에 내팽개친 정치권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목포해경은 30일 불법조업 단속공무원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난 중국 어획물 운반선 227t급 절옥어운호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나포했다.

절옥어운호 선장과 선원 9명은 이날 새벽 2시15분께 홍도 북서방 50㎞ 해상에서 단속에 나선 농림수산식품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K모 항해사 등 4명에게 칼과 낫 등을 휘둘러 부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서해바다가 '무법천지'로 변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난 2008년 9월 불법조업 단속에 나선 목포해경 소속 고(故) 박경조 경위가 중국선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바다로 추락해 사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해경 소속 고 이청호 경사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한 중국어선에 승선해 단속을 벌이다 선장 청모(42)씨의 흉기에 찔려 순직했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과정에서 죽거나 다친 해경대원만 지난 10년간 50여명이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 경사가 순직하자 정부는 분노한 여론에 떠밀려 중국어선 단속을 강화하는 정부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단속강화가 골자인 대책에는 단속함정과 장비를 증편하고 특수부대 출신을 해경 기동대원으로 특채하는 인력확충 또 기동대원의 안전에 위협을 가할 경우 총기사용과 행정적 책임을 면제하는 방안 등이었다.

18대 국회도 이에 발맞춰 중국어선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배타적경제수역법(EEZ) 개정안을 발의해 국민적 공감을 샀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현재 인력과 장비면에서 일부 보강이 이뤄진 것을 제외하곤 당시 상황과 특별히 달라진게 없다. EEZ 개정안도 사실상 생명을 다한 18대 국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처지다.

제주 마라도에서 인천 백령도까지 서해바다 2000여㎞를 지키는 1000t급 이상 대형함정은 아직도 8척(서해청 4척·인천청 2척·남해청 제주권역 2척)에 불과하다.

먼바다에서의 단속에는 대형함정 기동이 필수지만 250~500t급 중형함정 6~7척도 단속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의 양대 축인 서해어업관리단의 사정은 훨씬 더 열악하다.

서해바다를 지키는 15척의 지도선에 승선한 인원은 불과 210명. 한척당 평균 14명이 출항 때마다 8일씩 바다에 머물며 단속을 벌이고 있다.

단속과정에서도 지도선에 잔류해야 하는 최소인원을 제외하면 7~9명의 공무원이 흉기를 들고 조직적으로 맞서는 중국선원을 제압해야 한다.

서해어업관리단이 올들어 나포한 불법조업 중국어선만 110척에 달하지만 이 과정에서 10여명이 크고작은 부상을 입었다.

올해도 중국어선들이 가장 횡포를 부리는 꽃게잡이철이 어김없이 돌아왔지만 망망대해에서 믿고 의지할 것이라곤 전기충격기와 가스총 뿐이다.

서해지방해경청 관계자는 "대형선박 8척으로 서해바다를 모두 지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며 "지난 사고 이후 함정 증편이 예고됐지만 배가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해어업관리단 관계자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은 전쟁이라고 표현할 만큼 위험하다"며 "단속을 강화하라는 비현실적인 정책보다는 강력한 단속을 뒷받침하는 제도적인 안전장치와 외교적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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