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일.jpg중국 요녕성 공안당국이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를 국가안전위해죄란 명목으로 구금하고 있다. 해괴한 노릇이다. 그가 언제 중국의 국가안전을 위해했다는 말인가? 그는 오히려 중국의 개혁 개방을 지지하고 북한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김 씨의 행동은 북한 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왕조에 대한 반대활동이었을지언정, 중국의 국가안전을 위해한 것은 아니다.

북한의 친구인 중국은 김영환 씨의 행동을 싫어할 수는 있다. 그래서 김 씨를 국외로 추방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를 ‘국가안전위해죄’로 잡아넣는 것은 마치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자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과잉행위다.

중국은 김 씨와 함께 구금된 다른 3명의 영사접견권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들이 그 권리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서 대번에 느끼게 되는 것은 그들 3명이 생명의 위협, 예컨대 “포기각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너희들은...” 하는 극도의 공포분위기가 있었을 것이란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신병자가 아닌 다음에는 그 어떤 정상인이 자신의 생명줄을 자진해서 포기하겠는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그런 방식의 강압수사를 하는 것은 잘 알려진 일상적 관행이다. 국가에 대한 위해란 곧 대역죄란 뜻인데, 김영환이 대체 무슨 수로, 무슨 이유로, 무슨 필요로 저 광대한 중국을 뒤집어엎는다는 것인가? 말도 안 된다.

김영환 씨와 하영옥이란 사람은 1992년에 종북 지하당 민족민주혁명당을 만들었다. 김영환 씨는 자신의 오판(誤判)을 깨닫고 민혁당 전북위원회를 이끌고 집단전향 했다. 그리고 민혁당 중앙위원회로 하여금 당 해체를 결의하게 했다. 그러나 민혁당 영남위원회를 이끌던 하영옥은 이를 거부하고 남파간첩 원진우와 접선해 민혁당의 명맥을 이어갔다.

하영옥 계열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계로까지 화려하게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 요즘의 뜨거운 논란거리다. 민혁당 해체를 이끌고 북한인권운동에 투신한 김영환은 감옥에, 민혁당 해체를 거부한 계열은 대한민국의 권력 부위(部位)로... 이런 기막힌 아이러니가 소설 아닌 현실에서 목격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하늘의 섭리는 늘 이렇게 역설적으로 전개되는 것인가?

중국은 그 크기에 걸맞게 지구 표준(global standard)에 맞추는 문명국가가 돼야 한다. 언제까지 ‘중국식’이란 방패로 문명사회의 인권기준을 외면하려 하는가? 김영환 씨와 그 일행에 씌운 ‘중국에 대한 반역죄’라는 터무니없는 누명을 즉각 벗기고 그들을 가장 조속한 시일 안에 가족 품에 돌려보내라!(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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