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는 전쟁의 폐허위에 쓰여진 역사다. 인류역사의 93%는 전쟁이었고 나머지 3%가 평화의 시기였지만 그나마 3%는 다음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었고, 그 전쟁은 영토를 획득하거나 보존하기 위한 싸움이 주된 동기였다고 전쟁사학자들은 바라본다. 피할 수 없는 전쟁의 악순환에서 그로인한 고통은 인간으로서는 불가역적이다. 그래서 헤겔은 전쟁을 증오하며 “신의 행군”이라 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NLL(서해 북방한계선)을 놓고 전쟁의 뇌관이 벗겨진 한반도에서 가당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평화를 깨트릴 수 있는 가능성이 남북의 “가당치 않은 자”들에 의해 획책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8월 10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NLL은 영토개념이 아니고 안보개념이라 했고, 서해교전은 반성 할 과제라고 망언을 내뱉었다. 군이 다루어야 할 문제를 통일부가 나서 서두르고 있다. 그래서 남북간에 정략적인 그 무엇이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고 NLL을 남쪽으로 재획정 하려는 기도에 대해 국론이 들끓고 있다. 10월 남북정상회담이 통일부 장관을 넋이 나가게 만든 것이다.

◆ NLL의 탄생과 반칙

<정전협정> 제2조는 서해5도를 제외한 모든 섬은 북한과 중국측의 군사통제하에 둔다고 도서 관할권만을 명문화함으로서 서해5도 섬의 남한 영토화와 그 수역이 탄생했고, NLL은 지금까지도 남북 간 해상영토의 경계선이 돼 왔다.

1972년까지 북한은 NLL을 현실적으로 인정 해왔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당시도 분명히 NLL을 인정하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기로 문서로 합의했으나 북한은 1973년부터 서해 5도를 포함한 NLL 부근이 북측 수역임을 주장하며 의도적으로 침범을 시작했다. 1999년 연평해전, 2002년 서해교전 사건은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발생한 도발이었다. 이는 반측이었다

지금까지 북방한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해 온 북한이 NLL을 대체하는 해상경계선 재설정을 요구하면서, 이것이야 말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시아의 발칸반도인 한반도에서 새로운 해상경계선 하향설정이 과연 한반도에 군사적 측면의 긴장완화를 가져 올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백 병 훈/국가연구원장, 정치학 박사


* (2)편에서는 “NLL 하향 재설정이 군사적 긴장완화를 가져온다?”를 주제로 백병훈 국가연구원장의 칼럼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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