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갑순 이후 16년 만의 한국 사격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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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정세한 기자]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4년 전 아테네에서 단 한 발의 실수로 분루를 삼켜야했던 진종오가 주종목 공기 권총 50m에서 올림픽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 올림픽 대회 첫째 날 이미 공기 권총 10m에서 한국에 첫 은메달을 안겼던 진종오는 공기 권총 50m에서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아테네 올림픽 대회에서 진종오의 금메달은 의심이 없었다. 당시 예선 1위로 결선에 오른 진종오는 세번째 사격에서 7.6점으로 큰 실수를 범하긴 했지만 이후 안정세를 찾아 1위 탈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진종오는 일곱번째 사격에서 6.9점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로 금메달을 내줘야했다.

2008년 8월 12일 50m 공기 권총 결선이 열린 베이징 사격관.

진종오가 마지막 격발을 위해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마지막 한 발에 16년 만의 한국 사격 금메달이자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의 운명이 걸려있었다.

마지막 총성이 들리고 표적판을 확인하자 진종오는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잠시 후 바로 옆 사대에서 총을 겨누던 탄종리앙도 같은 실수를 범했다.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진종오는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진종오는 97.4점을 쏘며 본선 563점, 합계 660.4점으로 세계정상에 태극기를 꽂았다.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이자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갑순의 금메달 이후 16년 만에 한국 사격이 획득한 값진 금메달이다.

본선 마지막 시리즈에서 진종오는 90점의 저조한 점수를 기록해 아테네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본선 563점, 8명이 겨루는 결선 무대에 6위로 진출. 하지만 본선 1위로 결선에 진출했던 강력한 금메달 후보 중 한 명인 중국 탄종리앙이 결선 시작과 함께 큰 실수를 범해 진종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탄종리앙과 2점차 6위에 머물렀던 진종오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첫 발에서 10.3점을 쏘며 7.9점에 그친 탄종리앙을 제치고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쾌조의 출발은 두 번째 사격(10.5점)에도 이어져 선두를 유지했지만 네 번째 사격에서 8.5점을 기록해 3위로 다시 떨어졌다. 하지만 다섯 번째 사격에서 선두를 탈환한 뒤 큰 기복없이 줄곧 1위를 내달렸다.

마지막 한 발을 남기고 2위 탄종리앙과 점수차는 1.9점. 금메달이 보이는 순간이었지만 진종오는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표적판에 표시된 진종오의 점수는 8.2점, 거의 손에 잡혔던 금메달이 또 다시 달아나는 듯 보였다. 진종오는 탄종리앙과 김종수의 마지막 점수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은 그를 두 번 버리지 않았다. 고개를 떨구고 있던 진종오의 옆 사대에서 탄식이 일제히 터져나왔다. 탄종리앙 역시 마지막 발을 실수했고 김정수는 높은 점수에도 합계에서 진종오를 넘어서지 못했다. 숨죽이며 지켜봤던 진종오가 합계 660.4점을 기록하며, 4년 내내 따라다녔던 아쉬움을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진종오(33, KT)는 지난 5월 열린 뮌헨 월드컵 사격에서 2관왕에 오르며 절정에 컨디션을 선보이는 등 2012 런던 올림픽 2연패를 향해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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