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역도, 바르셀로나 대회 전병관 이후 16년 만의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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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정세한 기자] 베이징 올림픽 대회 개막에 앞서 역도인들 사이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이 한국 역도의 부흥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올림픽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열린 코리아 왕중왕컵 대회에서 임정화, 윤진희, 이종훈(대회 불참), 사재혁 등 유망한 선수들이 대거 발굴되었기 때문이다. 이 무대에서 한국 역도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찍었다.

무솽솽의 불참으로 금메달이 확실시되는 여자 무제한급 장미란 선수 외에 사재혁, 김광훈이 출전하는 남자 77kg급에서도 우승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사재혁은 용상에서 비공인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기대주였다.

2005년 세계Jr역도선수권 대회에서 세계 역도인들의 눈도장을 받은 사재혁은 한국 남자 역도의 차세대 간판으로 차츰 성장해왔다. 2007년 고양에서 열린 코리아컵 왕중왕전에서 돋보였던 선수는 장미란도 아닌 사재혁이었다. 남자부 77kg급에 출전한 사재혁은 이 무대에서 한국 신기록을 무려 4개(용상 2회 인상 2회)나 수립하며 금메달의 가능성을 높혀나갔다. 지독한 어깨, 손목 부상이 수차례 그를 괴롭혔지만 불굴의 투지로 이겨낸 그는 베이징에서 주인공이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2008년 8월 13일 역도 경기가 열리고 있는 베이징 항공항천대학 체육관.

사재혁 혼자만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손에 로진을 묻히고 무대에 올라선 사재혁은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용상 203kg에 도전, 이것만 들면 금메달이었다.

적막이 흐르는 무대, 호흡을 멈춘 사재혁이 역기를 들어올렸다.

역기는 사뿐히 올라와 사재혁의 목에 걸렸다. 그리고 다시 머리 위로 올려졌다.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사재혁이 남자 역도 16년의 한을 풀었다.

사재혁은 13일 베이징 항공항천 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역도 77kg급에서 강력한 경쟁자 리홍리를 누르고 감격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인상에서 리홍리와 5kg이나 격차가 벌어졌던 사재혁은 강점인 용상에서 만회하며 합계 366kg 타이를 이뤘고, 450g의 몸무게 차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전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마음보다 세계 신기록을 들어올리고 싶다던 그의 야심찬 목표는 3차 시기 실패로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전병관 이후 무려 16년동안 이루지 못했던 남자 역도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하는 쾌거를 이뤘다.

인상에서 163kg을 들어올린 사재혁은 168kg을 기록한 리홍리보다 5kg 뒤진 채 용상에 나섰다. 하지만 용상에서 자신있는 사재혁은 자신이 있었다. 용상에 약한 리홍리가 3번의 시기를 모두 사용하고도 198kg으로 경기를 마치자 사재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비공인 세계 신기록자의 여유였다.

1차 시기에서 201kg을 신청한 사재혁은 가볍게 성공하며 2위로 뛰어올랐다. 이어 2차시기에서 203kg마저 번쩍 들어올렸다. 리홍리보다 몸무게가 450g 덜 나가는 사재혁이 1위로 올라섰다. 무거운 무게를 신청하는 선수가 후반에 나오는 경기 특성상 사재혁의 금메달이 확정된 셈.

사재혁은 부담없이 마지막 시기에 도전했다. 훈련 중 성공했던 210kg보다 1kg 더 신청해 세계신기록에 도전했다. 하지만 아쉽게 실패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현재 사재혁은(27, 강원도청) 올림픽 2연패를 향해 막바지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 사재혁은 종전 77kg급에서 한 체급 올린 85kg급으로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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