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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송하훈기자] '클레이코트의 최강자' 라파엘 나달(26·스페인)이 '1박2일'간의 치열했던 대결 끝에 프랑스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쓰며 인생 최고의 날을 맞았다.

나달은 11일 오후 8시(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에서 벌어진 테니스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인 '황태자' 노박 조코비치(25·세르비아)를 3-1(6-4 6-3 2-6 7-5)로 누르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결승에서 승리한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 개인통산 7번째 우승(2005~2008·2010~2012년)을 달성했다. 여자 단식에서는 크리스 에버트(58·미국)가 7회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었지만 남자 단식에서 나달이 처음이다.

기존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은 비욘 보리(56·스웨덴)가 가지고 있었던 6회(1974~1975·1978~1981년) 우승이었다. 나달은 보리의 대기록을 31년 만에 갈아치웠다.

꿈만 같은 업적을 달성한 나달은 "이번 프랑스오픈은 내 생에 가장 특별한 대회였다"며 우승의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나달은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고 말했다. '숙명의 라이벌' 조코비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조코비치)를 상대해야만 했기에 이번 결승전은 정말 힘들었다"며 "나는 지난해 윔블던과 US오픈 그리고 올해 호주 오픈 결승에서 조코비치에 패하며 3개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잃었다. 하지만 프랑스오픈 7회 우승을 달성한 지금 나는 더 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현재 나달은 조코비치와의 상대 전적에서 19승14패로 근소한 우세를 보이고 있다.

나달과 멋진 승부를 펼친 조코비치도 그의 우승을 축하했다.

조코비치는 "클레이코트에서 나달은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라며 "결과가 보여주듯 그는 현존 최고의 테니스 선수 중 한 명이다. 오늘은 더 좋은 선수가 승리한 것이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승자에게 박수를 보냈다.

나달과 조코비치의 결승전은 애초 10일에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하루가 지나 다시 경기가 치러졌다. 프랑스 오픈 결승이 당일 내에 결판나지 않은 것은 1973년 이후 39년만이다.

결과적으로 비로 인한 경기 중단은 나달에게 이득이 됐다. 첫 날 경기에서 나달이 1·2세트를 모두 따냈지만 3세트부터는 조코비치가 분위기를 잡아나갔기 때문이다.

나달의 코치이자 삼촌이기도 한 토니 나달은 "(3세트 이후)나달은 다소 정체된 플레이를 펼쳤다. 반면 조코비치는 어떤 공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모든 공을 멋지게 받아 쳤다"며 "우리에겐 약간의 행운이 따랐다. 만약 비로 인한 경기 중단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패배한 뒤)그냥 집에 가게 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조코비치 역시 경기가 중단 돼 하루의 공백이 생겼던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비로 인한 경기 중단은)내게 유감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첫 날 3세트 경기를 거치며 내 컨디션이 (상대보다)훨씬 좋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하루가 지나 코트에 다시 돌아왔을 때 나달은 강해져있었고 나는 몸이 둔해져 있었다. 첫 날 경기를 끝마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나달에 패하며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른 조코비치 역시 다른 대기록 수립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윔블던과 US오픈 그리고 올해 1월 호주오픈을 차례로 석권해왔다. 만약 조코비치가 이번 프랑스오픈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면 2년에 걸쳐 4대 메이저 대회를 연속으로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남자 단식에서는 1969년 로드 레이버(74∙호주)의 '그랜드 슬램' 이후 43년 만에 찾아온 흔치 않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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