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50%씩 지원하자" vs 신한 "우린 130억만"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국내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7위인 경남기업이 채권은행들이 책임 미루기에 워크아웃을 벗어난지 1년 만에 또 다시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다.

지난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지난달 31일부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B2B 대출) 225억원을 연체중이며 이날 40억원이 추가 연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란 하청업체들이 경남기업으로부터 받아야할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이에 경남기업은 225억원을 결제하지 못하면서 하청업체 180개가 11일부터 은행연합회 전산망에 연체자로 등록됐다.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책임은 하청업체에게 있지만 경남기업은 거래처가 돈을 못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상적인 영업이 힘들다는 판단에 신인도에 타격을 입었다.

금융권에서는 경남기업이 연체된 B2B 대출 265억원을 포함해 500억원의 추가 자금지원이 당장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이 돈을 하노이 랜드마크타워 사업의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대출 주관사인 우리은행이 지원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은행은 경남기업 본사차원에서 자금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에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이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지난 11일 130억원의 긴급운영자금을 경남기업에 지원했다며, 경남기업 유동성 부족의 원인이 된 PF사업장의 최우선순위 담보권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대주단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게 맞다고 재차주장했다.

두 채권은행의 싸움에 경남기업만 곤경에 처하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지난해 5월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재도약을 노리는 기업에 일방적으로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남기업이 연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위기에 상황에 처하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우리은행은 500억원을 반씩 부담하자며 신한은행에 120억원을 더 지원하면 25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흥정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뜻대로 50%씩 지원을 할 것인지, 신한은행의 뜻대로 나머지 370억원을 우리은행이 부담할 것인지 경남기업의 운명에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최근 풍림산업과 우림건설이 채권단내 이견차로 연이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채권단 내부의 권리 의무관계를 규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대책마련에 나선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또 다시 유사한 사례가 벌어지는 것이 아닌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 3월 한 리조트 시행사에 1350억원의 불법 PF 대출을 한 혐의로 본점을 압수수색 당하기도 했다. 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파이시티' 사건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이 전 대표가 특수관계인인 시행사 4곳에 6500억여원을 ‘지급보증’하는 등 광범위하게 특혜를 준 것으로 나타나 주요 국면마다 등장하는 은행이 됐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 금융위원회의 조사에서 구속성 금융상품, 일명 꺾기를 하다가 적발돼 2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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