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주택가에 피어난 작은 맛집을 발견하다

[투데이코리아=김은향 기자]특이한 음식점이 없을까. 일식집과 호주식 패밀리 레스토랑은 이젠 식상하다. 체인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프렌차이즈 음식점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맛은 나쁘지 않지만 가격이 불편하다. 독특하고 가격도 착한 맛집은 본인이 찾을 수밖에 없다. 괜찮은 맛집을 찾으려면 어느 정도 수고를 감행해야 한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복잡한 서울에서 맛좋고 가격도 무난한 맛집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충정로역 근처에 있는 ‘The spoon(더 스푼)'은 일본카레 전문점이다.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일본 카레 체인점의 카레와 비교할 수 없는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더 스푼의 아담한 외관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원래 더 스푼은 꽃집이었다. 더 스푼을 운영하는 이서령씨(42)는 2005년부터 꽃집을 운영했지만 경기가 악화되자 다른 업종을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카페를 하려 했지만 그녀는 음식점을 선택했다. 어릴 때 일본식 고형 카레를 많이 먹었고 식자재를 접할 기회가 많아 일본 카레 식당을 하게 됐다고.



인테리어는 일본 빈티지 인테리어를 하는 친구자매에게 부탁했다. 테이블과 소품 모두 자체 제작됐다. 엔틱한 테이블과 의자가 멋있다. 차분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주택가 근처에 있기 때문에 한적하다.

메뉴는 7가지 정도의 일본식 가정 카레뿐이지만 더 스푼의 푸근하고 영양가 많은 카레를 맛본 사람은 계속 이곳을 찾기 때문에 점심시간만 되면 북적거린다.

더 스푼의 카레는 담백하고 푸짐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대는 5500원~8500원이다. 손님은 카레 위에 계란, 치즈, 소세지, 떡갈비, 닭고기 등 자신이 원하는 토핑을 선택할 수 있다. 500원을 추가하면 카레우동으로 맛볼 수 있다.

여자 손님은 더 스푼의 카레를 깔끔해서 좋아하고 남자 손님은 양이 많아서 좋아한다. 치킨 카레와 버섯 카레는 15인분만 준비하기 때문에 점심시간만 되면 동이 난다. 다른 카레들에 비해 치킨 카레는 맛이 더 진하고 버섯 카레는 매운 편이다. 밥과 카레소스는 계속 리필이 되기 때문에 처음 먹을 때는 우동면으로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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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씨는 카레를 만들 때 하나의 베이스 소스만 사용하지 않는다. 그녀는 여러 베이스 소스로 카레의 풍부한 맛을 우려낸다. 월계수 잎을 넣고 여러 향신료를 믹스해서 사용한다. 기름은 사용하지 않고 양파와 물로 국물을 우려낸다. 본인의 몸이 좋지 않아 손님들을 위한 음식도 섬세하게 신경 쓴다. 계란이나 소시지 같은 토핑을 요리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기름을 사용하지만 적은 양의 카놀라유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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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카레 중 하나인 계란 카레는 큼지막한 계란 토핑이 특징이다. 카레가 진해 한 모금만 머금어도 입 안을 가득 채운다. 이서령씨의 비밀스런 노하우 덕분에 풍부한 식감이 일품이다.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당근과 감자는 푹 익혀 폭신폭신하다.

감자는 햇감자를 사용해 고소하고 포근하다. 껍질을 까지 않고 익힌 것이 햇감자의 포근한 맛을 살리는 비결이었다. 계란 토핑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계란을 카레에 찍어먹거나 면이나 밥과 같이 먹으면 더 맛있게 음미할 수 있다. 면발은 쫄깃하며 탱탱하고 굵다. 양도 많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점심에 찾느냐 오후나 저녁에 찾느냐에 따라 더 스푼의 분위기는 사뭇 다를 것이다. 하지만 언제 찾든 더 스푼의 카레는 변함없이 맛있다. 더 스푼은 화려하지는 않다. 그저 주인이 친절하고 카레가 맛있기 때문에 단골이 많은 것이다. 충정로의 소중한 맛집이다.

◆'The spoon' 가는 길.

충정로역 10번 출구로 나와 300M 정도 앞으로 계속 걸으면 횡단보도 2개가 연이어 있다. 2개의 횡단보도를 건너 조금만 더 걸으면 오른편에 미근동 우체국 표지판이 보인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들어와 걸어오면 왼편에 있는 일본카레 전문점 더 스푼을 찾을 수 있다. 더 스푼은 우체국 바로 옆에 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전화번호는 02-363-646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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