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에 상장 포기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경기 침체와 투자심리 위치 등을 이유로 다음 주 상장 예심 청구 통과를 앞두고 그동안 추진해왔던 기업공개(IPO)를 철회하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5일 설명자료를 통해 "14일 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에 기업공개 철회 요청서를 발송했다"며 "유로존 금융위기의 전 세계 확산과 국내외 주식시장의 하락에 따른 투자자의 투자심리 위축 등 기업공개를 위한 제반 여건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이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의 이같은 결정에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잘나가던 국내 정유업계가 유로존 위기에서 비롯해 폭락한 것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실제로 동종업계인 SK이노베이션은 전년 고점 대비 반토막이 됐고, 에쓰오일과 GS 역시 같은 기간 각각 16만원대에서 9만원대로, 9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이에 처음 시가총액 8조원에 공모가 2만5000원 이상을 제시하던 주관사 선정에 참여한 기업들이 예상보다 낮은 가격을 부르게 됐다. 현재 주가순이익비율(PER)로 산출하면 현대오일뱅크의 예상 공모가는 1만5500원 수준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된 상황에 현대 측이 IPO를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은 현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대오일 관계자는 "유로존 위기로 국내외 주식시장 하락한 현 시점에서는 제대로 기업가치를 최적으로 평가받을 수 없다"며 "기본적으로 주식이 제 값을 받아야 하는데 제 값을 받지 못한 채 (상장을) 추진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기업공개 재추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향후 시장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기업가치를 최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기업공개를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3월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상반기 안에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한 차례 미뤘다. 이후 지난 4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 올해 7~8월 상장을 목표로 작업해왔다.

현대오일뱅크는 시가총액 6~7조원, 공모 규모는 1조5000억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공모가는 2만원 전후로 예상돼 왔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를 계기로 하반기 IPO 시장이 더욱 침체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또 미래에셋생명도 당초 3분기 상장예비심사청구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 상장 철회로 올해 IPO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했다고 보면 된다”며 “IPO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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