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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송하훈기자] '소문난 잔치'에 많은 것은 먹을 것 뿐만이 아니었다. 싸움 구경도 많이 할 수 있었다.

FC서울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2 하나은행 FA컵' 수원삼성과의 16강전에서 0-2로 패했다.

서울은 스코어만 0-2로 진 것이 아니었다. 경기내용에서도 수원에 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아시아 최고의 더비(Asia's top derby)'로 선정할 만큼 빅 매치로 평가받는 양팀의 경기인 만큼 어느 정도 힘든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은 됐다.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경기 전부터 서울은 수원의 거친 플레이를 조롱하는 홍보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며 수원의 스테보를 '반칙왕'이라고 자극했다.

이용(23·광주), 에벨찡요(27·성남), 고요한(24·서울) 등 스테보의 파울로 나가 떨어지는 선수들의 모습만을 별도로 동영상으로 제작한 것이었다. 수원이 페어플레이와 거리가 멀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서울은 이에 질세라 시작부터 의도적으로 수원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서로를 향한 거친 파울로 중단된 시간이 많았고 그 때마다 선수들은 심판 판정에 불만을 터뜨리며 항의했다.

전반에만 양팀 합쳐 24개의 파울이 주어질 정도로 과열 양상으로 흘렀다. 후반 막판에는 서울의 김진규가 레드카드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나기까지 했다.

급기야 전반 4분 만에 수원의 간판 공격수 라돈치치(29)가 들것에 실려나갔다. 전반 2분에 김진규에게 정강이를 차인 라돈치치는 2분 뒤 같은 부위를 가격당해 일어서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윤성효(50) 감독은 교체카드를 일찍 꺼내들었다.

하태균(25)이 라돈치치의 빈 자리를 메웠다. 전반 27분에는 수원 미드필더 이용래가 서울 몰리나와 충돌해 머리에 붕대를 감고 나오기도 했다.

이후로도 상대를 향한 날선 태클은 멈추지 않았다. 서울 선수들은 곳곳에서 충돌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후반 종료 직전에는 제대로 폭발했다. 수원 오장은과 서울 김진규가 신경전을 벌인 끝에 양 팀 선수들이 뒤엉키면서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졌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들어가면서 더 험악해지자 양 팀 감독, 코치들이 그라운드에 쏟아져 나왔다. 야구에서의 '벤치 클리어링'을 방불케 했다. 결국 오장은을 밀친 김진규가 주심한테 레드 카드를 받았다.

인상을 찌푸리게 한 것은 선수 뿐만이 아니었다. 안방에서 완패를 목격한 서울 서포터즈는 경기가 끝나고도 한참을 떠나지 않으며 최용수 감독을 비난했다.

경기 후 수원 윤성효 감독은 "(서울의 홍보 영상에는)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나 서울이나 팬들을 운동장으로 모으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애써 침착히 말했다.

쐐기골을 터뜨린 스테보는 '반칙왕'이라는 별명에 대해 "(서울 팬들이)파울왕이라곤 하지만 나는 큰 게임의 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골을 넣을 때는 큰 경기였고 항상 이겨왔다"고 에둘러 서울의 장외 신경전에 대해 맞불을 놨다.

최용수(39) 서울 감독은 특히 거칠었던 이날 서울의 플레이에 대해 "예전부터 상대가 워낙 거칠었다. 우리 선수들이 아무래도 과거에 당한 기억 때문에 평정심을 잃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너에서나 경기내용에서나 모든 면에서 서울의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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