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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송하훈기자] 서희경(26·하이트)이 연장승부의 벽을 넘지 못하고 또 한 번 눈물을 훔쳤다.

서희경은 2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 사일로 골프장(파71·635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설대회인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를 기록,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지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단독 선두 박인비(24)에게 2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 문을 연 서희경은 4타를 줄이며 우승에 대한 꿈을 키웠다.

전반홀에만 3타를 아끼고 후반 첫홀인 10번홀과 그 다음홀까지 버디를 낚는 데까지는 좋았다. 단독 선두로 치고 올랐다.

하지만 12번홀에서 삐긋하며 박인비와 함께 선두자리를 나눠 가졌다. 뼈아픈 순간이었다. 이후 15번홀에서 긴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군 브리타니 랭(27·미국)까지 공동 선두로 비집고 들어왔다. 불운의 서막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서희경, 박인비, 랭의 아슬아슬 외줄타기 승부는 이어졌다. 끝내 18번홀 정규 라운드 안에서 승부는 가려지지 않았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앞서 16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최운정(22·볼빅)까지 연장전에 가세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서희경만이 연장전의 경험이 있었다. 박인비, 랭, 최운정은 연장전이 처음이었다.

서희경은 보란듯이 다른 선수를 압박했다. 18번홀(파5)에서 계속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2온에 성공해 상대들을 긴장케 했다. 들어가면 이글.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무관에 그친 랭도 같은 코스에 공을 떨구며 물러나지 않았다.

마무리가 아쉬웠다. 서희경과 랭 모두 이글 퍼트를 놓쳤다. 박인비는 세 번째 어프로치 샷을 바탕으로 침착히 버디에 성공했다. 버디퍼트를 놓친 최운정이 가장 먼저 탈락했다.

두 번째 홀에서도 서희경은 절정의 샷 감각을 자랑했다. 랭과 박인비의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놓친 가운데 서희경만 예쁘게 그린 위에 공을 올렸다.

또 한 번의 이글 찬스. 하지만 회심의 이글 퍼트는 홀컵 바로 앞에서 멈췄다. 서희경과 랭은 버디로 마무리, 파를 기록한 박인비는 두 번째 희생양이 됐다.

결국 세 번째 연장에 가서야 승부는 갈렸다. 불운의 조짐은 다시 피어 올랐다. 서희경과 랭은 약속이나 한듯 나란히 2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려 위기에 몰렸다. 이때부터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평정심을 잃은 쪽은 아쉽게도 서희경이었다. 서희경은 피 말리는 세 번째 연장 승부의 중압감을 끝내 이기지 못했다.

서희경은 경기 직후 "호주오픈에서의 악몽이 떠올랐다"고 연장전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이어 "그렇지만 대단한 게임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애써 담담해 했다.

서희경의 고개를 떨구게 한 연장승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 3번째다. 첫 실패는 지난해 US오픈에서였다. 공교롭게도 서희경은 한국의 유소연(22·한화)과 연장 3개홀을 돌았다.

당시 서희경과 유소연은 나란히 16번 홀에서 파를 잡았지만 17번 홀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티샷한 공이 코스 오른쪽 벙커에 빠지며 눈물을 삼켰다. 첫 번째 연장 실패.

두 번째 실패는 올 시즌 개막전인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였다. 당시 유소연, 제시카 코르다(19· 미국), 스테이시 루이스(27·미국), 브리타니 린시컴(27·미국), 줄리에타 그라나다(26·파라과이)와 함께 벌인 연장승부에서 두 번째 눈물을 삼켰다.

결국 앞서 두 번의 실패한 연장승부 경험은 '약(藥)'이 아니라 '독(毒)'이 됐다. 그럼에도 서희경은 담담히 결과를 받아들였다. 계속된 실패마저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묵묵히 다음을 준비할 것을 시사했다. 서희경의 네 번째 연장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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