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윤창중.jpg정치는 혼자 하는 직업이 아닌 것! 서로 싸우면서도 뭔가 얽히고 섥히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이른바 상호작용(interaction), 이런 묘한 맛이 없기 때문에 새누리당 경선 싸움은 짜증만 나게 하고 있다. 정말 짜증 난다!

지금 박근혜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비박계 김문수 정몽준 이재오가 보수우파 지지층의 절대 다수로부터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이유?

박근혜의 원칙론에 대해선 공감하되 비박계와 만나 차 한 잔 마시지 않는 벽창호 스타일에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박근혜가 뭐 그리 대단한데? 만나주기라도 해야 할 것 아냐?

비박계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경선 불참이니 탈당이니 입에 올리는 경박성과 치사함에 보수우파 ‘산토끼’ 지지층은 그런 소갈머리로 뭐, 대권? 좋아 하구 있네!

열 받고 있는지 오래됐다. 뭐? 경선 불참? 탈당? 해보라지. 어떤 신세 되는지. 버스에 올라타고 고함 꽥꽥 질러대는 ‘자해 공갈단’이 다른데 있는 게 아니구나!

이런 답답한 상황 속에서 MB 비서실장지내며 MB 못지않게 신중해 보수우파 속 터지게 했던 임태희(56), MB가 박근혜 대항마로 키우려고 국무총리에 기용하려했던 전 경남도지사 김태호(50)가 눈에 확확 시원하게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다.

정치란 이래서 묘한 것!

왜? 임태희도 경선 룰 고치자고 했지만 박근혜가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경선에는 참여하겠다는 것-경선 판 자체를 뒤엎어버리지는 않겠다는 것.

임태희, 줄곧 비박계 3인방이 경선 불참 협박하며 짜고 있는 스크럼에 섞이지 않고 있다. 교묘하게 비박 3인방과 차별화하며 없는 듯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받지 못하고 지내다가 비박계가 경선 룰 트집 잡아 경선 불참 선언할 듯이 나오자 분명히 ‘노’라고 선 긋고 있다.

정치인의 성격을 보면 그 사람의 정치를 알 수 있다. 임태희는 안면 몰수하고 절대 상식과 원칙을 넘어 억지, 떼쓰는 성격이 아니다.

김태호는 애초부터 경선 룰에 대해선 트집 잡지 않았다. 어, 이 양반 구질구질한 스타일은 아니네? 정치인이 시시콜콜하게 보여선 국민들로부터 조롱 받는데, 아주 좋은 스타트!

상도동 김영삼이 대통령 되기 전 YS 옆에 ‘좌동영 우형우’가 있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 ‘좌동영’이었던 김동영 전 정무장관의 문하생이 바로 오늘의 김태호.

25,6년도 더 된 얘기다. 김동영과 고향(경남 거창)이 같은 서울 농대생 김태호는 집안이 가난해 김동영의 혜화동 자택에서 ‘입주과외 선생’을 했다.

청년 시절 김동영 밑에서 ‘태호야! 태호야!’라고 불리며 배운 정치 같다. 김동영은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치사한 것 같고 징징 투정부리는 정치 스타일이 아니었다. 대단한 ‘경상도 사나이’였다.

임태희와 김태호는 지금 넝쿨째 굴러들어오고 있는 기회를 주저하지 말고 잡아야 한다. 새누리당의 경선 위기를 자신들의 기회로 만들 수 있는 호기가 눈앞에 닥쳐 온 것!

어떤 경우든 새누리당 경선이 파국에 이르러선 안된다! 김태호와 임태희가 이렇게 경선 참여를 선언하는 데에는 ‘명분’ ‘실리’ 모두 존재하고 있다.

명분? 당원으로서 경선을 성공시켜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 그 이상 다른 명분이 뭐가 있나?

실리? 임태희와 김태호는 정치적으로 몸값을 확 올려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끝내 비박 3인방이 빠진다해도 ‘박근혜+임태희+김태호’ 간의 경선 장면, 결코 김빠진 반쪽 경선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짜증나게 하는 조연이나 엑스트라들은 다 빼고, 50대 초·중반 주자들이 박근혜와 섞여 앉은 모습은 오히려 미래지향적으로 보일 수 있다.

김태호와 임태희, 임태희와 김태호가 박근혜를 상대로 미래지향적 국가청사진을 제시하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면 경선 정국의 틀을 바꿀 수 있다.

아직 8월19일 경선일까진 50여일이나 남았다. 정치라는 건 굴리다보면 새로운 판을 키울 수 있다. 판이 커지게 된다.

박근혜가 압도적으로 승리할 텐데 임태희와 김태호의 경선 참여로 흥행이 성공할까? 모든 선거엔 이변(異變)이 등장한다!

예컨대, 경선 결과 ‘5 대 3 대 2’ 정도의 판세만 나와도 임태희와 김태호는 일약 정치적 거물(巨物)로 탄생할 수 있다. 미래를 예약하는!

이변을 기대하는 세력이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지 선거는 정말 모르는 것! 예상 밖으로 재미있고, 아기자기하고 극적인 경선이 될 수 있다.

단, 경선이 흥미로워지려면 박근혜의 대응도 훨씬 유연해져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전략적 유연성이 지금보다는 몇 배 더 발휘돼야 한다.

임태희와 김태호, 김태호와 임태희는 넝쿨째 굴러들어온 기회를 낚아채야 한다.

치고 나가라! (http://blog.naver.com/cjyoon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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