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경기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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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서소영 기자] '박세리 키즈'의 대표 에이스 최나연(25·SK텔레콤)이 14년 전 자신의 롤모델인 박세리의 감동을 재현했다.

최나연은 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G.C. 챔피언십코스(파72·698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총상금 325만 달러) 마지막 날 1타를 잃어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얻었다.

그녀는 우승이 확정된 후 "14년 전 박세리 선수가 우승할 당시 나는 10살이었다. 그 모습을 TV로 지켜보며 LPGA무대에 서는 골프 선수의 꿈을 키웠다. 내꿈이 현실이 됐다. 선배인 박세리 언니한테 고맙다. 그는 한국 골프의 진정한 전설이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번 US여자오픈이 열린 블랙울프런 골프클럽은 14년 전 박세리(35·KDB산은금융그룹)가 한국인 최초로 이 대회 정상에 섰던 바로 그 장소다. 당시 박세리는 '맨발 투혼'을 발휘하며 생애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IMF 구제금융을 받으며 시름에 빠진 국민들은 박세리의 감동스러운 우승 소식에 많은 위안을 받았다.

14년 후 최나연도 유럽발 경제위기로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국민에게 당시 못지 않는 기쁨을 안겨줬다. 다만 박세리가 연장 20홀을 돌며 힘겹게 우승을 차지했다면 최나연은 3라운드부터 큰 차를 벌리며 비교적 손쉽게 우승을 거머쥐었다.

최나연은 지난해 10월16일 미 LPGA투어 사임다비 말레이시아에서 우승을 차지해 한국(계) 선수의 통산 100승 달성의 영광을 안았다. 1988년 구옥희가 스탠다드 레지스터 클래식에서 우승한 이후 23년 만에 이룬 위업이었다. 하지만 신지애(24·미래에셋)와 박희영(25·하나금융그룹) 등 같은 '박세리 키즈'에 비해 우승이 늦은 편이다.

신지애가 2008년 브리티시오픈과 이듬해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 등 메이저대회를 휩쓸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메이저 우승이 없던 최나연은 쓴맛을 다셔야 했다.

한 해 늦은 2009년 삼성 월드 챔피언십과 하나은행 코오롱 챔피언십 등 정상에 올랐지만 에이스라고 하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졌다. 이후 2010년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 클래식과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잇달아 제패해 LPGA를 대표하는 한국 선수로의 면모를 자랑했지만 늘 마음 한 구석에는 메이저대회 제패의 꿈이 자리잡고 있었다.

또 2010년 US여자오픈에서는 우승 문턱까지 밟았지만 미국의 폴라 크리머(26)에게 막혀 '메이저 퀸' 의 타이틀을 얻지 못했다. 수잔 페테르센(31·노르웨이)과 함께 공동 2위에 그쳤다.

그러나 '메이저 퀸' 반열에 오름과 동시에 한국의 통산 10번째 메이저 우승자 타이틀을 얻었다. 박세리, 김주연(31), 박지은(33·스포티즌), 장정(32·볼빅), 박인비(24), 지은희(26·팬코리아), 신지애, 유소연(22·한화), 유선영(26·정관장)에 이어 10번째다.

지난해 유소연의 우승에 이어 대회 2연패라는 쾌거도 달성했다. 한국(계) 선수의 LPGA통산 103승째도 함께 이뤘다.

최나연의 이번 대회 우승이 더욱 값진 것은 박세리가 14년 전 우승을 일궜던 당시보다 골프장이 더욱 어렵게 설계된 가운데 정상에 올랐다는데 있다. 실제로 언더파를 친 선수는 최나연과 준우승을 차지한 양희영(23·KB금융그룹) 둘 뿐이었다.

14년 전 박세리가 감동을 전해준 그곳, 같으면서 또 달랐던 블랙울프 골프장에서 '세리 키즈'의 대표 에이스 최나연이 같지만 또 다른 울림을 건네며 LPGA 정상급 선수임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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