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철폐, 공익위해" VS "기득권챙기기, 정치파업"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12년 만에 총파업을 선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13일 금융노조는 "오는 30일 하룻동안 총파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김문호 노조위원장은 "이번 총파업 투쟁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공헌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이명박 정권 말 망가지고 있는 금융산업을 살리기 위한 명분있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노조는 "시중은행의 주인 자리를 사실상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정규직을 채용해야 할 일자리에 값싼 비정규직을 늘렸다"며 "은행들이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 만을 쫒은 결과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가 서민과 국민경제를 짓누르고 있으며, 학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청년들은 사금융을 이용했다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 몰리고 있다"고 파업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정부와 금융당국, 사용자 측이 말하는 은행의 경쟁력 강화와 선진금융기법이라는 것이 외국인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상시적 구조조정과 살인적 노동의 강요이거나 또는 금융기관이 대기업과 부자 만을 위한 전당포로 전락하여 서민과 중소기업을 외면하는 것이라면 우리 금융노동자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파업에서 금융노조는 ▲대학생 20만명 대상 학자금 무이자 대출 지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청년실업해소와 노동강도 완화 ▲2015년까지 비정규직 철폐 ▲정년연장과 양성평등 제도 개선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통한 메가뱅크 추진 중단 ▲낙하산 인사, 농협 장악 등 관치금융 시도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금융노조는 사측과의 산별중앙교섭에서도 이같은 사안을 요구했지만 타결점을 찾지 못했다. 금융노조는 19일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총파업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노조는 총파업 이후에도 사측과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내달 1~9일 정시 출퇴근, 중식시간 동시사용 등을 골자로 하는 태업 투쟁에 돌입할 방침이다. 또 다음달 13일에는 2차 총파업을 실시할 예정이며 그 이후 대투쟁(3차 총파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9만3000여명의 조합원 중 현재 80%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90% 이상의 조합원이 동참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병권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역시 "취임한 지 2년이 된 어윤대 KB금융 회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한 결과 85% 이상의 직원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면서 "최근 어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환영받으며 우리금융과 합병하고 있다고 했다. 직원들은 결코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대선 후보들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겠다"며 "우리금융 졸속 매각을 추진할 경우 대선에서 낙선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노조 파업, 공익을 위한 것인가?

하지만 금융노조의 이번 파업이 과연 공익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는 7% 임금인상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금융노조의 이번 파업을 우리금융 민영화 중단과 농협 MOU 폐지를 목적으로 한 정치파업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금융권 노사관계에 대한 무지의 소치"라며 "지난해에도 임금이 쟁점이 되긴 했지만 대졸 초임 삭감이라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며 "임금인상이나 기득권을 챙기기 위한 투쟁을 전면에 내세운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 "합법적 정당성을 획득한 파업을 정치파업 또는 불법파업으로 몰고가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한다"며 "정권말 졸속적인 우리금융 민영화와 농협에 대한 불법적 관치 시도는 현장 조합원을 투쟁의 현장으로 불러내는 강력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 유럽 금융위기와 국내 가계부채 등 경제가 어려운데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금융노조의 요구안은 경제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자 서민과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요구"라며 "어려울 때 일수록 금융기관의 탐욕을 규제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시켜야 하는데 정부와 금융당국은 역행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파국을 막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파업은 지난 11일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결렬에 따른 전체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 총 조합원(9만3042명)의 86%(8만397명)가 참여한 가운데 7만3387명(91%)의 찬성을 얻어 결의됐다. 반대는 6479명, 무효는 54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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