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 구매대행사, 국내 대형 병원 9곳에 20여억원 리베이트 제공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된 가운데, 인공관절이나 스텐트 등의 치료재료를 납품하는 구매대행사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아온 대형병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또 리베이트의 분배ㆍ보관 방식을 두고 의대 교수들끼리 주먹다짐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나 눈살을 찌푸리기하고 있다.

1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의료기기 구매대행사로부터 정기적으로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대형병원의 병원장 등 병원 관계자 9명과 리베이트를 제공한 구매대행사 법인과 대표 ‘케어캠프’ 대표이사 이모씨(60)와 ‘이지메디컴’ 영업본부장 진모씨(41) 등 6명 등 모두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케어캠프와 이지메디컴은 국내 대형 병원 9곳을 상대로 약 20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케어캠프와 이지메디컴은 6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의료기기 유통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대형병원들은 '실거래가 상환제'를 이용해 구매대행사로부터 치료재료를 구입할 때 원래 재료 가격보다 비싼 값으로 산 것처럼 서로 짜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인정하는 가장 높은 금액으로 급여청구를 한 뒤 남는 돈을 리베이트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병원이 거래가격을 부풀려 청구해도 건보 당국은 실거래가를 엄격하게 따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병원 측은 업체에서 받은 리베이트를 합법적인 정보이용료라고 주장하지만 이 정보는 구매대행시 당연히 알려줘야 하는 정보였다. 병원들이 부당하게 받은 리베이트 전액을 추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담수사반에 따르면 쌍벌제가 도입된 2010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케어캠프가 병원에 제공한 리베이트는 17억원, 이지메디컴의 경우 2억4700만원인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경희의료원 의사들끼리 주먹다짐을 벌인 사건 때문에 덜미를 잡혔다. 리베이트로 받은 돈을 배분하는 문제로 싸움이 벌어져 정부가 실사를 나갔고, 경희의료원 직원이 실사단에 케어캠프와 병원이 체결한 이중계약서를 실수로 제출한 것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해 해당 병원 등에 대한 행정 처분을 의뢰하기로 했다.

한편 혐의를 받고있는 대형 병원으로는 경희의료원(5억6000만원), 한림대성심병원(3억7000만원), 삼성창원병원(3억5000만원), 강북삼성병원(2억2000만원), 영남의료원(1억원), 제일병원(8400만원) 등이 케어캠프에서, 이지메디컴에서는 건국대병원(1억원), 경희대강동병원(1억원), 동국대병원(4700만원) 등이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