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보다 실리 택해…민주당 박지원 체포동의안 악재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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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민주통합당이 주장했던 김황식 국무총리 해임안이 새누리당의 반대 입장에도 20일, 결국 본회의에 상정됐다.

김 총리는 한일정보보호협정 밀실 체결 당시 진행을 맡아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인 만큼 해임시켜야 한다는 야권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새누리당은 "해임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라며 민주당의 해임안 상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었다.

새누리당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자 민주당이 꺼내든 카드는 본회의 보이콧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한미FTA 처리 때도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강행으로 처리하자, 예산국회 등 그 후의 국회의 모든 일정에 대해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채 국회를 떠나 '장외정치'에 나섰다.

당시, 정치권은 물론, 민주당내 일각에서도 "자꾸만 밖으로 나도는 것은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등원을 요구했던 바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대전·광주·전주 등을 돌며 공전국회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일각에서는 19대 국회 첫 파행을 우려했지만, 강창희 국회의장은 결국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했다. 민주당이 '김총리 해임안'을 볼모로 또다시 보이콧을 선언하겠다고 밝히자 의장 권한으로 김총리의 해임안을 본회의에 상정시킨 것.

강 의장은 직권상정 전에도 "여야가 합의한 후 처리해 달라"고 주문했지만 원내부대표 간 회동에서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하자 직권상정을 택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는 본회의에서 "김 총리의 해임안의 법정처리기한이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19대 국회 첫 직권상정의 방침을 밝혔다.


"총리 해임안 직권상정…좋지 않은 선례 남겼다"
"국무위원·총리 해임안,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에도 직접 영향권"


민주당의 본회의 보이콧 카드가 결국은 강 의장으로 하여금 '칼집 속의 칼'을 빼들게 한 셈이다. 여기서 하나의 쉽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민주당의 계획대로 김 총리의 해임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었지만, 오히려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 즉, 앞으로 처리기한이 정해진 안건이 제출되면 여야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제 시간 내 처리'를 이유로 강 의장이 직권상정에 나서더라도 이를 차단할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본회의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하면서 결국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조차 하지 못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얻은 거 하나 없이 '좋지 않은 선례'와 당론이었던 '김총리의 해임건'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

반면, 새누리당으로서는 세 가지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사안을 두고 합의가 난항을 겪을 경우 직권상정의 명분을 마련한 점, 김총리의 해임안을 무산시킨 점을 들 수 있다. 또, 민주당이 노렸던 '8월 방탄국회'도 막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민주당은 현재 검찰로부터 솔로몬저축은행 등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소환을 막기 위해 8월 임시국회 개회를 시도하려 했었다. 김총리가 해임되면, 새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로 8월에 다시 임시회를 열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기를 쓰고 총리 해임안을 처리하려고 했었다.

국회에 제출되는 처리 시간이 있는 안건들은 국무위원 해임안, 탄핵소추안과 함께 의원 체포동의안 등 민감한 안건들 뿐이다. 특히,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체포동의 역시 직권상정으로 처리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상황이 이쯤되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새누리당 출신인 강 의장이 앞으로 검찰의 박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제출을 염두에 두고 처리 명분을 쌓기 위해 총리 해임안을 직권상정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당내 관계자는 "정치검찰이 야당의원을 겨냥한 표적수사를 하고 있어 체포동의안이 하루가 멀다하고 국회로 날아올 수도 있다. 강 의장이 그때마다 체포동의안을 상정하겠다고 나서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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