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당정협의회, 박근혜 표 끌어안기…민주신당 연설회 '힘빼기' 분석도

한나라당이 자신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13일 대구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이 지역 현안과 숙원사업을 경청하고 이번 정기국회 예산안 확정에 적극 반영키로 약속했다.

강재섭 대표 본인도 스스로 "정당의 중앙당은 보통 중앙정부와 협의하지, 중앙당이 지방정부와 당정협의하는 것은 희귀한 경우"라고 인정한 만큼 한나라당의 'TK' 방문은 대선을 앞두고 '집토끼'부터 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날 중앙당에서는 강재섭 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 나경원 대변인, 이원복 예결특위 간사,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현역 의원 20여명을 비롯해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범일 대구시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김재원, 곽성문, 유승민 의원등 박근혜 전 대표측 의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곽성문 의원은 회의에 앞서 유승민 의원에게 "난 아직도 반성문 쓰고 있다"고 하자, 유 의원이 "난 벌써 써서 제출했다"며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김재원 의원은 회의가 시작된 지 15분이 지나서야 회의장에 들어섰다.

이날 강 대표는 작심한 듯 '선물 보따리'를 술술 풀었다.

강 대표는 "모처럼 고향에 온다고 생각하니까 열차 속에서 아주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 흥분되기도 하고 그랬다"고 운을 뗀 뒤 "금년도 예산안 확정에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대구 경북 지역민들의 뜻을 충분히 담아야겠다는 충정"이라며 정기국회 예산안 확정과 관련해 적극적인 지원을 할 뜻을 밝혔다.

강 대표는 "경북에서 추진하는 '세계문화도시특별법'과 '2011년 인천아시안게임지원법',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지원특별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또한 동남권의 신공항 문제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부산에서도 가기 편하고 대구ㆍ경북에서도 가기 편한 곳에 공항설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옛날에는 당정협의회와 같은 자리에서 얘기가 나와도 덕담 수준에 불과해 (중앙당에) 돌아가면 힘을 받아 추진이 잘 안 됐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성사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 했으면 한다"고 지역사업을 대선정책에 적극 반영할 뜻을 밝혔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TK'에 공을 들이는 것은 전통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이 지역 민심을 이 후보에게 잡아두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 정책위의장은 이날 "대구경북지역의 숙원사업은 정권교체가 돼야 성사된다"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위해 (지역민들이) 투표장에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지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같은날 대구에서 열린 민주신당 합동연설회에 쏠린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신당 합동유세에 대한 '방어'의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민주신당이 합동유세에서 여러 공약을 내놓을 것에 대비해 미리 '선물'을 제시해 '힘빼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내일(14일) 대구를 방문해 지역민들과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는 '타운미팅'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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