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없는 진상조사委…물리적으로 투명한 공천 가능토록 시스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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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새누리당 현기환 전 의원이 지난 4·11총선 당시 공천과정에서 현영희 의원(비례대표)로부터 3억여원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알려지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16일, 현 전 의원에 대해 제명이라는 강수를 뒀다.

검찰 조사에 의하면, 현 의원은 총선 당시 공직자추천위원회 위원이었던 현 전 의원에게 비례대표 추천을 댓가로 3억여원의 현금을 원화 및 엔화, 달러를 받았다.

새누리당발(發) 공천뇌물 후폭풍은 새누리당 대선에 나선 후보들에 치명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만큼 사활을 걸고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인 현 전 의원을 제명처리했다. 또 현역인 현 의원에 대해서도 검찰조사 결과를 예의 주시하면서 제명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시켜 두 의원에 대해 검찰조사와는 별개로 진상 규명을 꾀하고 있지만, 위원회의 조사는 이런저런 이유로 진상조사위의 참석요구에 불응하는 등 지지부진한 상태다. 검찰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해당 사건을 수사의뢰한지 2주일이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물증이나 '결정적인' 단서를 캐내지 못하고 있다. 공천뇌물을 둘러싼 온갖 의혹들이 우후죽순처럼 퍼지고 있지만 언론들은 검찰만 바라보고 있고 검찰수사는 거북이 걸음중이다.

진상조사위는 엊그제 4·11 공천 당시 당의 실무 책임자였던 전 기조국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은 현 의원이 지역구 공천 탈락 전날, 갑작스레 비례대표로 바꿔 신청한 점이다. 누군가 그의 지역구 공천 탈락 사실을 미리 알고 귀띔해 주지 않았는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구 공천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던 그가 갑자기 ‘공천 갈아타기’를 한 점, 직능대표성 등이 전혀 없는데도 비례대표 후보 상위번호를 배정받은 점 등 미심쩍은 구석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공천뇌물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현 전 의원은 비례대표심사소위 안에서 후보 선발 기준과 안배 원칙 등을 정하는 기획분과 위원이었다. 두 사람 간의 커넥션에 의혹의 눈길이 더욱 쏠리지 않을 수 없다. 현 전 의원은 애초 “비례대표 공천 확정 전에 현 의원과 전화 통화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2~4월 사이 수십 차례 통화를 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거짓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진상조사위가 얼마나 강도 높게 두 사람을 추궁해 진실을 밝혀낼지 지켜볼 일이다.

새누리당이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진상조사위를 구성한 것은 당 차원의 투명한 진상 규명과 철저한 쇄신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태도를 보면 마지못해 조사하는 시늉만 내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조사 범위를 현영희·현기환 두 사람으로 국한해버린 것부터 그렇고 현 전 의원만 한 차례, 현 의원은 검찰 출석의 이유로 참석시키지도 못했다.

진상조사위의 임무는 단순히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 차원을 벗어나 공천 전반의 문제점을 규명하는 일이 돼야 마땅하다. 현-현 두 사람 간의 금품수수 의혹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몫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조사위는 미리 선을 그어버렸다. 공천비리 의혹을 두 사람의 개인비리로 축소하고 이들을 당에서 제명하는 선에서 사건을 덮으려는 속셈이 뚜렷하다. 그런 눈가림으로 개혁과 쇄신을 외치는 것도 우습지만 공천비리 파문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

사실,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비리는 국내 정치판에서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선거 때마다 '돈공천', '공천장사' 등 암묵적으로 이 같은 일이 번번히 자행되어 왔다. 다만, 내부고발자가 없었기 때문에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것 뿐이다.

또 대다수의 언론에서 '공천헌금'이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올바르지 못한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헌금'이란, 정당이나 정치 단체에 개별 정치인의 정치활동을 돕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말하지만, 현 의원의 이번 공천과 관련된 비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졌을 뿐만아니라, 자금의 흐름이 정당한 루트를 통한 것이 아니라 어두운 경로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천뇌물'이라는 표현이 올바른 표현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도 최근 "용어부터가 공천헌금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우려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품수수는 개인비리일 뿐, 당에서 헌금을 받은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현 의원과 현 전 의원을 제명처리하는 게 최선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 김문수 후보의 "공천비리는 항상 자행된다"는 지적처럼 이를 방지할 공천시스템을 연구해야 한다. 공천위원들은 외부 인사들과의 접촉을 사전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최종심사의 경우에는 전화는 물론, 팩스, 쪽지도 오갈 수 없는 외지에서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곳에서 이뤄지는 것도 투명한 공천을 위한 한 방법일 것이다.

새누리당도 '뇌물을 주고 받은' 두 당사자들을 '꼬리 자르기식'으로 덮고 넘어가려다가는 오히려 '안이한 처사'라는 여론의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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