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방향 두고서도 당 안팎 기싸움 팽팽‥지속가능한 의제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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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경제민주화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기대심리(변화)+인물(김종인)=경제민주화 추진 동력
재계 ·일부 학계 등 보수 그룹 반발 강도 점차 커져

[투데이코리아=신영호 기자] 대선을 100여일 앞둔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최대 기획상품은 경제민주화다. 개혁·쇄신·변화의 상징적 의제로 자리잡은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후보의 지지층 확장에 없어서는 안 될 수단이자 집권하고자 하는 목표가 되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여기에 당 안팎의 기대심리가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서를 대표하는 인물이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다.

기대심리가 인물과 결합됐을 땐 추진 동력이 만들어진다. 김 위원장도 경제민주화 실현에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고봐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끝까지 갈테니"라고 말했다.
반대의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김 위원장에 대한 기대정서가 실망으로 바뀐다면 김 위원장 혼자 경제민주화를 고집할 명분이 없어질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당 안팎에서는 이런 기대를 반감으로 돌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재계는 경제민주화를 대기업 옥죄기로 받아들이고 반발한다. 경제민주화 자체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대기업 경영 위축과 경제 불안 등 경제민주화로 인해 벌어질 상황을 전망해가면서 정치권을 경계한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국내에서는 고용과 투자도 늘리고 있다"면서 "공은 무시한 채 범죄집단 대하듯 하는 분위기에서는 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반감을 드러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의 사기진작과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 정치권과 국민들도 기업을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안순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불황이 구조적으로 오래 갈 것 같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고, 이것이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면 우리 경제도 저성장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기류는 새누리당 내 보수 그룹으로 전달된다. 주류인 친박계에서부터 구주류인 비박계는 연일 김 위원장에 대한 노골적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얼마 전 경제민주화 앞에 "정체불명"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비박계를 대변하는 김용태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어떤 자격으로 그런 말을 일방적으로 하는지 모르겠다"며 "경제민주화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경제민주화 의제에 담길 구체적 내용이 수면위로 드러나면 반감의 강도가 어느정도 일지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 자신도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가 지속가능한 의제가 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변수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공식석상에서 대쪽같은 이미지에다 자기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온 터라, 경제민주화에 대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생각이 변한다면 다른 길을 선택할 수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새누리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을 때, 당시 비대위원이었던 김 위원장은 공천 결과에 대해 "인적 쇄신이 미흡하다"고 비판한 뒤 비대위원직을 내려놓은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이 이렇게 강경 카드를 선듯 낼 수 있는 배경에는, 타협하지 않는 강성적 면모가 두드러지는 개인적 성향이 자리잡고 있지만, 다른 인사와는 달리 박 후보와 관계가 복잡하지 않고 심플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알고 지낸지는 5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공천을 기초로 맺어진 리더-추종자 관계가 아니고 어떤 이념이나 가치가 완벽히 일치된 동지적 관계도 아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믾다.
당 관계자는 "경제민주화의 지적재산권자로서 김 위원장은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들을 저울질하다 박 후보를 선택했고, 박 후보는 대선 승리에 필요한 1차적 목표를 위해 김 위원장을 모셔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해체론자로 오해 받을 만큼, 대기업 집단이 가지는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그의 애독서는 재벌해체를 그리고 있는 이영탁 세계미래포럼(WEF) 이사장이 쓴 소설 '이정구'라 한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와 직결되는 신규 순환출자뿐 아니라 기존 순환출자도 검토대상으로 올리는 등 당내 보수 그룹보다 상대적으로 급진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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