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투자, 웅진에도 코베여…세계경제 불안 속 "주식, 부동산 투자 늘린다"


▲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내 국민연금 깡통될라"
"주식, 부동산 투자 늘린다"…국민은 '불안'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도덕적 해이' 논란과 함께 웅진홀딩스·극동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그룹에 국민연금이 1804억원을 투자한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이같은 국민연금의 투자손실이 연금 재정을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연금기금 웅진그룹 계열사 투자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이 웅진 계열사에 총 1804억원의 직·간접 투자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국내주식위탁이 보유하고 있는 웅진그룹주는 취득가 929억원 대비 평가금액이 851억원(올해 9월27일 기준)으로 8.3%의 평가손실을 기록했으며, 국민연금기금이 주식직접투자한 웅진코웨이와 웅진케미칼의 연초주가 대비 현재주가 변동률도 각각 -15.07%, -46.97%로 나타나 투자금액 손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 의원은 "국민연기금이 웅진계열사 직·간접 투자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국민연금의 투자손실 위기관리능력과 함께 웅진 계열사 투자 당시 문제가 없었는지 국정감사를 통해 철저한 검증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도덕적' 기업에 투자, 범죄적 행동 용인?

최근 국민연금이 투자한 것으로 드러난 웅진이 '모럴해저드' 비판에 빠진 가운데, 이와함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시장을 교란시킨 재벌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일 보건복지위원회의 김성주 의원(전주 덕진, 민주통합당)은 “국민연금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시장 질서를 교란한 두산, 한화, SK 그룹 지분율을 증가 또는 유지시켜, 기업의 범죄적 행동을 용인하거나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8월 두산그룹이 횡령 및 배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었는데도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2008년 2분기 2.60%에서 3분기 2.86%로 증가했으며, 지난해 2분기에 1.50%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늘기 시작해서 지난해 4분기에는 4.73%까지 증가했다.

업무상 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한 조회공시에 허위로 답해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받은 SK그룹에 대한 연금의 지분율은 2009년 4분기 1.75%에서 증가해 지난해 4분기에는 3.7%에 달했다.

또 한화그룹에 대해 2008년 9월 보복 폭행사건으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던 김승연 회장이 다시 대표이사로 복귀한 후 지분율을 2008년 3분기 3.57%에서 4분기 2.62%로 다소 감소시켰지만 2010년 4분기에는 7.4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30일 김승연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자 지분율이 지난해 2분기 5.74%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지난해 4분기에는 7.43%까지 증가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은 맥쿼리 등 해외펀드와 결탁해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낭비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맥쿼리는 페이퍼컴퍼니인 한국멀티플렉스투자주식회사를 설립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300억원, 군인공제회에서 300억원, 대한지방행정공제회에서 700억원 등 총 1300억원을 출자받고 1400억원은 대출했다.

이와 관련해 홍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지난 2007년 7월 16일 용역보고서를 제출받은 바로 그날 맥쿼리의 페이퍼컴퍼니인 한국멀티플렉스주식회사는 메가박스의 전 대주주인 오리온그룹 계열의 멀티플렉스 주식을 27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국민연금공단이 (투자가 적정한지 살펴보는) 용역보고서를 검토하지도 않았고 `대체투자위원회`가 열리지도 않아 국민연금이 얼마를 투자할지 세부적인 사항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2700억원에 인수하는 것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연금은 홍 의원의 일방적인 정치공세라며 "투자 평가손 발생에 대한 사후 안전장치로 맥쿼리 출자분의 우선 손실 충당 조건을 추가했으며 지난해 2월 메가박스와 씨너스의 합병 이후 시장점유율이 확대되는 등 메가박스 영업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 국민연금 수익율 그래프 [자료=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묻지마' 공격투자, 노후자금으로 도박하나

사실 국민연금의 투자손실은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해 -13.32%의 투자 손실를 입은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자금으로 도박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큼 공격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지난 4일 이학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국민연금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와 스페인, 아일랜드, 이탈리아에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3728억원에 달하는 대체투자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전통적 투자상품인 주식과 채권까지 더하면 국민연금의 유럽 재정위기국가 투자 잔고는 1조1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국민연금이 국회에 보고한 유럽 재정위기국투자 내역에 따르면, 이른바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 대한 주식·채권 투자액은 7200억원이다.

이 같은 투자 규모는 6월말 기준 장부 잔고로, 원금은 이 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나 국민연금공단은 원금 규모 공개를 거부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이 은행에 돈을 맡겨 놓은 것보다도 수익률이 낮은 2.31%에 그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익률 하락의 주원인으로는 주식을 투자를 꼽을 수 있으며, 국민연금의 주식은 유럽재정위기 등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국내주식 투자에서는 -10.15%, 해외주식 투자에서는 -6.97%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민연금기금운용위는 내년에 주식 투자 비중을 30% 가까이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특히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도 10.6%를 투자키로 해 국민연금의 40%가 위험자산인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될 계획이다.

‘2011 국민연금 가입기간별 가입자 장기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기금소진이 예상되는 해는 2060년으로, 이 때 2008 추계에 따르면 214조원 적자로 예상됐으나, 2011 추계에선 이보다 68조원이 더 많은 282조원의 적자가 발생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8월 중순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상보다 7년 빠른 2053년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일부에서는 "고갈 시점은 점점 앞당겨지는데 국민연금이 수익률은 못 낼 망정 깎아먹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최근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2011~2020년 실질금리를 연 3.6%로 내다본 것에 반해 예상 전망치를 절반 수준인 1.9%로 줄였다. 실제 국민연금의 지난해 운용수익률은 2.3%를 기록해 5년 평균 수익률(6%)에 크게 못 미쳤다.

전세계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모두가 주가는 불안정하고 부동산은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 예측하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주식과 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도박이 아닐까 한다.

* 대체투자: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상품에 대해 상대적으로 쓰는 개념으로, 주식과 채권을 제외한 모든 투자상품들이 대체투자상품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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