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지난달 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알려진 이후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지키던 북한이 드디어 20일부터 외곽을 통해 입장 표명에 나섰다.

21일 현재 북한의 반응은 3차례로, 첫 반응은 일본 언론을 통해 나왔다.

북한 외무성 아시아국 부국장급인 이병덕 일본 담당연구원은 20일 취재 차 평양을 방문 중인 일본 4개 언론사 기자들과 만나 미사일 발사에 대해 "(2002년) 북.일 평양선언과 지난해 9월 6자회담 공동성명 등 어떠한 성명에도 구속되지 않는다"며 외무성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9.19공동성명과 북.일 평양선언에 위배된다는 미국과 일본의 주장을 반박한 셈이다.

이어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2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우리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미국이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혀 미국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1일 일본에서 북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평양발로 "오늘의 사태(미사일발사)가 실로 심각하다면 무수단리에서 탄도미사일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강변하는 측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사일 시험발사가 정말로 심각한 문제라면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미국이 먼저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던 자세에서 탈피, 이처럼 입장 표명으로 돌아선 것은 지금까지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의도했던 위기의식을 조성했고, 외교적으로 미국에 압박을 가하려는 목적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 차석대사와 조선신보 등을 통해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의 태도가 변해야 하며 북-미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밝혔다.

특히 미국과 대화 단절로 미사일 카드를 빼들기는 했지만 미국의 대응 여부에 따라 최종 발사 여부를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중에서도 한 차석대사의 발언은 비록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나온 것이지만 이미 평양의 지시에 따른 공식 입장 정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북한의 공식 언론매체는 미사일 시험발사 논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이 21일 "98년 발사한 인공지구위성인 광명성 1호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결정체"라며 인공위성 개발이 과학기술 차원임을 주장, 미사일이냐 인공위성이냐의 논란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간접 표명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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