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부산 안락동 SK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하태견 회장

아파트 주민들과 시공사가 서로 의기투합하여 동반자적인 패러다임을 일구어낸 아파트가 있어 화제다. 시공사는 건물만 짓고 그 후 하자 보수는 건축법상에 저촉되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된다는 관행을 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인공은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안락 SK아파트와 입주자대표회의 하태견 회장(59.왼쪽에서 세번째).
입주 8년차인 이 아파트는 1900세대의 대단지로 처음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른 아파트와 차별화된 무엇이 언뜻 스친다. 오목조목 잘 다듬어진 조경, 하프를 연상하게 하는 안내판, 우주선 모양의 시계탑 등 이국적인 느낌마저 자아낸다.

이 아파트는 부산의 명소인 해운대로 가는 평지 길목에 자리 잡고 있으며 시외로 빠져나가는 인터체인지와 주위 2만세대가 넘는 생활지역의 많은 유동인구, 경전철 역사 예정지 등 한 눈에 봐도 지리적인 입지가 탁월하다. 더불어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으로 옛날부터 선비의 땅이라고 일컫는 풍수(風水)를 지녔다. 성냥갑 같이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에서 탈피하여 둥근(ROUND)형태의 단지 배치, 좌우대칭 설계로 하늘에서 보면 마치 한 마리의 학이 날아가는 모양을 연상케 한다.

“1년 전 시공사인 SK건설과 하자보수에 관한 협상으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몇 차례 면담을 실시하고 하자내역을 뽑아보니 전유 부분의 작은 하자(창틀, 타일 등)와 공유부분 중에서도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포함하여 이래저래 약 수십억 원을 주거환경개선공사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 오늘의 새로운 아파트를 만든 첫 단추였습니다.”

보통 아파트 하자보수협상은 시공사에서 하자부분을 공사해 주던가, 합의를 봐서 하자보증금을 받던가, 아니면 극단적으로 법에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반하여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하태견 회장과 입주민들은 특이한 제안을 한 것이다.
시공사인 SK건설에 단순한 하자보수의 개념이 아니라 실제로 살고 있는 아파트를 오픈된 모델하우스 개념을 도입, 시공사에게 '살아있는 모델하우스'로 만들어 달라는 내용. 그 후 조경 및 주거환경개선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시공사인 SK건설에서 업체를 선정하고 크게 3가지의 공종별 공사를 시작했다.

먼저 모든 현관을 대리석으로 깔아 중후하게 하고 ,출입구를 자동문으로 교체 했으며, 수백 대의 CCTV를 증설하여 방범과 보안에 역점을 두는 한편 단지 출입구의 차단기를 설치하여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했다. 그리고 라인 출입구를 네오스톤(Neo-Stone)공법으로 처리하여 고대건축양식의 클래식한 분위기 연출과 유로-스터코(Euro-stucco)공법으로 심플하면서도 깨끗한 이미지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단지 요소요소에 섬 조경을 만들어 아름다운 조경석과 금목서, 산다화, 홍가시나무 등 최고의 조경수를 심고 사시사철 꽃이 피는 정원 같은 아파트를 만들기에 주력했다.

그 결과 어느 아파트 보다 잘 정돈된 화단과 시설물은 입주민뿐만 아니라 주위아파트에서도 칭송이 자자하다.부산의 타 지역 아파트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기위해 이 아파트를 주목하고 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단지 내 인도를 3가지 테마로 만들었다.

일반적인 통행로는 점토벽돌을 깔아 깔끔하게 만들었으며 단지주위를 한바퀴(약 1Km)도는 오솔길은 탄성이 좋은 고무 칩으로 포장했다. 수목이 우거지고 한적하여 잠시나마 사색에 잠길 수 있고, 노약자나 병약자들이 산책할 수 있는 오솔길을 만들어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phytoncide)효과를 만끽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단지 주위의 방음벽에 김홍도, 신윤복 등의 미풍양속 그림을 그려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적인 측면과 보행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야간에는 조명을 비추어 야외 갤러리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태견 입주자대표회장은“걷고 싶고, 안주하고 싶고, 오래살고 싶은 아파트를 만드는데 주력했다”면서 “길고 긴 공사기간 동안 불편함을 참고 격려와 갈채를 보내준 입주민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다”고 말했다.

김홍환 관리사무소장은“주거환경개선과 더불어 한발 앞선 관리로 최고의 아파트를 만들 기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어른을 공경하고 아파트의 환경개선에 열심인 부녀회와 살기 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위원회 활동까지 활력이 넘치는 이 아파트는 어쩌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공동주택의 표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파트와 시공사는 서로 이익만 찾는 사이가 아니라 다 같이 WIN-WIN 할 수 있는 지평을 열고 아파트와 시공사가 동반자가 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힘쓴 노력의 결과다.

“웰빙아파트로서의 큰 성과를 가져왔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우리 아파트 주민들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임기 동안 주민들의 단합된 힘을 모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하태견 회장은 한진중공업에서 경리, 교육, 총무부장을 거치며 30년 이상을 봉직하다 최근 퇴직, 현재 사업체를 운영중이며 사회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심으면 장원급제 한다는 오죽(烏竹)이 바람에 아삭거리는 소리와 정원 같은 정취가 흐르는 sk 아파트 단지, 요즘 자주 회자되는 웰빙아파트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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