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보당국의 성공적인 '시리아 핵개발 저지공작'이 멀리 지구 반대쪽 6자 회담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스라엘 첩보기관의 활약으로 북한이 아직 진행하고 있는 '핵확산'의 어두운 면모가 드러났고, 이로 인해 과연 북한이 6자 회담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

영국 선데이타임즈(다 타임즈의 자매지)는 23일, 이스라엘 최정예 특공대가 시리아 군시설에 침투해 북한으로부터 북부 시리아에 공급된 핵 물질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특종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증거 우선을 요구하며 시리아 폭격에 부정적이던 미국측에 이 핵물질을 들이밀었고, 미국도 이스라엘의 시리아 폭격을 지지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지난 6일 이스라엘 공군의 시리아 군사 시설 폭격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시리아-북한 핵거래 의혹에 대해 북한과 시리아는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이 지난 1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에 대해 "시리아의 주권에 대한 침범이며 지역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이례적으로 비난성명을 냈고, 또한 시리아 고위 관료가 최근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간 핵 커넥션은 더욱 국제사회의 의심을 사고 있다.

북한은 미-북 화해 무드로 점차 죄여오는 2·13 비핵화 합의를 이행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핵 관련 요소들을 폐기하느니 차라리 헐값으로라도 처리하려 하고, 시리아는 북한의 핵물질과 기술을 이 기회에 싼 값에 이전받기로 필요가 맞아떨어진 게 아니냐는 시나리오까지 예견되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는 북핵 동결과 그를 바탕으로 한 6자 회담의 성사, 한국전쟁 종전 처리 등 부시 미 행정부의 로드맵을 북한이 사실상 조롱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북핵 동결과 그로 인한 평화체제 구축의 기본틀을 전면 수용하기보다는 핵 동결을 조건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도, 막상 뒷거래를 통해 '핵확산'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꼭 이런 '갑작스런 거래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북한이 면죄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과 시리아 등 중동국가는 핵 외에도 각종 미사일 기술 이전 등으로 이전부터 거래의혹이 제기돼 왔던 돈독한 관계다. 그러므로 사실상 북한이 시리아와 오랜 핵물질 거래를 해 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는 셈. 하지만 이번에 6자 회담, 남북정상회담 추진, 한국전쟁 종전처리 등이 논의되는 이 와중에도 계속 이전의 거래관계를 지속한 것은 테러국가로서의 면모를 아직 벗어날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에 따라 2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6자회담에서 이 북한-시리아 핵물질 거래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으로서는 공들여 추진한 북핵 문제 해결에 난데 없이 변수를 하나 더하게 된 셈이다. 부시 미 대통령이 이 커넥션 의혹을 잘 처리해 임기 내 주요치적으로 북핵 문제를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