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화학' 매출의 절반이 농심…포장지 사양미달 주장도 나와


신춘호 농심 회장

"농심이 잘나가면 같이 잘나간다"
농심 "식업업계, 기밀사항 많아 '율촌화학'에 100%"…"일감몰아주기 아니다"

[투데이코리아=이규남, 정단비 기자] 최근 '발암물질 라면' 사건으로 곤욕을 치룬 농심(회장 신춘호)이 이번에는 동반성장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는듯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해 도마에 올랐다.

그 대상은 농심의 라면 및 스낵 등의 포장재를 제공하고 있는 계열사인 '율촌화학'으로, 오너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신춘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윤 씨가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회사이다.

율촌화학은 ▲연포장 ▲필름 ▲골판지 ▲소재 등 4개 사업을 운영 중이며, 매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연포장(46%), 소재(24%), 필름(20%), 골판지(10%) 순이다. 이 가운데 연포장과 골판지는 대부분 농심에 공급한다. 필름 역시 PP수축필름 생산량 대부분을 농심에 공급하고 BOPP필름과 CPP필름 일부는 연포장 원재료로 쓰인다. 소재를 제외한 3개 사업의 농심 의존도가 높은 셈이다.

포장재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라면, 스낵 등에 사용되는 포장재와 골판지(상자)를 계열사 ‘율촌화학’으로부터 100%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율촌화학은 오랫동안 농심과 장기 독점 계약(1년 단위로 갱신)을 맺고 포장재 등을 공급해온 덕에 견실한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한해 매출의 절반인 2000억원을 농심, 태경농산, 농심기획 등 농심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였다. 신라면 봉지 납품만으로 연간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알짜기업' 율촌화학, 오너일가의 뒷주머니?
"분사한 회사다 보니 지분보유는 어쩔 수 없다"

"농심이 잘나가면 같이 잘나간다"는 율촌화학의 최대 주주는 농심 홀딩스(40.32%)이며, 이외에는 신춘호 농심 회장이 13.50%, 그의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6.08%, 아내인 김낙양 씨 4.60%, 며느리 김희선 씨 0.2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여기서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가 신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36.88%)이고 2대 주주는 신동윤 부회장(19.69%)인 것을 고려하면 율촌화학은 완벽한 오너일가의 회사인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율촌화학은 증권사에서도 연간 2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기업'으로 통한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라면, 스낵류 등과 관련한 각종 포장재를 생산하는 업체로 농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80%"라며 "하반기 농심의 점유율 회복에 따른 라면 판매량 증가가 포장재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시장전망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농심홀딩스 체제가 확립된 후 율촌화학은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 주당 500원 배당금을 예상할 경우 시가 배당수익률은 6.1%에 이른다"고 높은 배당금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도 짚어줬다.

율촌화학은 지난 2007년 이후 매년 주당 500원의 높은 배당을 실시하며, 올해 초 현금배당을 통해 신춘호 회장은 약 17억원을, 신동윤 부회장은 약 7억5000만원의 배당이익을 챙겼으며, 최대 주주인 농심홀딩스도 50억원의 배당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농심 관계자는 율촌화학으로부터 포장재를 100% 공급받는 것에 대해 "가장 큰 이유로 식품업계는 정보 보안 사안이 많아 제품의 디자인과 제품 성분 등 기밀 정보가 새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규모가 큰 회사에서 안정적으로 포장재를 공급받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도 "원래 생산과 포장이 한 회사에 출발했다가, 전문성을 위해 분사한 형태라 (오너가의)지분이 당연히 많을 수 밖에 없다"며 "다른 회사도 다 그렇다. 의도적인 일감몰아주기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농심 포장하는 율촌화학, 계속되는 이물질 사고
중소업체, 포장지 사양미달 주장…농심 "사실 아니다"

최근 농심이 율촌화학에게 온갖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심은 율촌이 수십년동안 정해진 사양대로 포장재를 공급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나 시정요구를 하지 않을 뿐아니라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포장재를 공급받고 있다는 것.

지난달 중소 골판지 제조업체 대표 A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율촌화학은 봉지나 박스의 사양을 3겹으로 만들 것을 2겹으로 만들거나 PE를 PP로 납품하고 두께가 10mm이면 5mm로 줄여 납품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을 받고 있고 농심은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해 농심을 펄쩍 뛰게 만들었다.

농심과 율촌화학 측은 "말도 안되는 악의적인 주장이다"라며 "포장재의 규격을 어겨 납품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유통업계와 소비자가 먼저 알고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시장가보다 높은 단가를 받는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 농심 너구리에서 나온 애벌레 [사진=온라인커뮤니티]
한편 이같이 사양미달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농심은 이물질 식품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쥐머리 새우깡' 사건을 채 잊기도 전임에도 이물질혼합기업명단에 이름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지난 2008년 1월 농심 제품인 노래방 새우깡에서 쥐머리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돼 충격을 줬으며, 농심은 쥐머리를 단순한 탄수화물 덩어리라고 주장하며 라면 3박스를 주고 사실을 은폐하려한 사실까지 탄로나 안정성은 말할 것도 없고 도덕성도 도마에 올랐다.

농심은 이후에도 유리조각, 컨베이어 벨트 조각, 나방에서 애벌레, 쌀벌레 등이 검출되는 식품사고가 잇따랐으며, 지난달 식약청 국감과정에서 제출된 '과자류 제조단계 이물혼입 현황'에도 포함됐다.

지난달 말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농심 너구리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사진이 올라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사진을 게시한 네티즌은 "아는 동생이 농심의 너구리 라면을 먹었는데 애벌레 30마리와 애벌레 알껍질이 대량 발견됐다"며 "농심에 신고했지만 애벌레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반응했다. 너무 괘씸해 인터넷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농심 측은 언론에 "유통과정 중에 문제가 발생해 애벌레가 생긴 것 같다"며 "운반과정 및 보관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화랑곡나방 애벌레가 포장지를 뚫고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해, 일부에서는 포장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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