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에 '꺾기영업'…내부출신 첫 행장, 기업은행 정체성 흐린다?


▲ 사진=조준희 IBK기업은행장

[투데이코리아=이규남 기자] 올해 잇따라 구설수에 올랐던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이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에 앞장서며 '올해의 금융인상'까지 받았지만, 최근 논란들이 다시 부각되고 있어 구설수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은행의 대출 추이를 보면 중소기업은행인지 시중은행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이며, 조 행장은 광고카피를 자신이 쓸 정도로 기업은행 성장을 위해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지만, 그 열정의 대부분이 소매금융에 치우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조 행장은 '길거리 점포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등 소매금융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 일환이었던 '스마트 버스승강장' 사업이 공익성 논란 및 특혜시비로 이어져 보는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또 일부에서는 이러한 조 행장의 행보에 내부출신 첫 행장이 중소기업은행의 정체성을 흐리고 있다는 좋지않은 평가를 하고 있기도 하다.

조 행장, 국감서 과도한 꺾기·높은 배당 등 '질타 연속'
소매금융에 中企대출 비중 줄어…누굴위한 은행인가?

이런 가운데,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과도한 꺾기영업, 높은 배당성향 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조 행장에게 쏟아졌다.

특히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은행이 이에 따른 여러 가지 혜택을 받고 있는 데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며, 과도하게 소매금융에 치중하는 점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10월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금융당국에 적발된 꺾기 금액비중을 보면 기업은행은 79억원(230건)으로 KB국민은행(135억원·600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실제로 중소기업인들이 기업은행에 대출을 하러 갔다가 보험 꺾기를 강요받은 사례도 있다"고 비판했으며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자금지원을 위한 국책은행의 업무를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중소기업에 대한 불법적인 구속성예금 수취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며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이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비중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규정 강화조치가 2011년 1월에 시행되면서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됐던 대출금이 대기업 부분에 포함됐고,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대출이 예금보험공사로 이전되면서 공공부문 대출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유 의원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해버렸다.

이와함께 김영환 민주통합당 의원은 "기업은행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24%로 국내 은행들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기업은행의 높은 배당성향도 지적했다.

실제 금융지주사 소속 은행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10.5% 수준이었으나, 정부지분이 65%에 달하는 기업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5000억원, 배당총액은 3700억원으로 정부에 2400여억원을 배당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기업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역시 11.7%로 전체 은행 평균 14%를 크게 하회했다"며 "은행 건전성을 높이기는 커녕 정부가 세수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고, 기업은행 경영진들은 정부에 끌려가고 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에 기업은행은 은행들이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반강제적으로 가입시키는 예금을 말하는 은행권의 고질적인 병폐인 '꺾기'를 자행하며, 정부에는 높은 배당금 챙겨주는 것이 '누굴위한 은행이냐'는 비난을 받았다.

'불법 옥외광고'로 광고효과만 노려…중구청 경고 무시 '버티기' 논란도
'스마트 버스승강장' 사업, 수익독점·공익성 논란에 특혜 의혹까지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중구 본점 건물 외벽에 부착한 탤런트 송해를 내세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란 내용의 광고가 사회 전반에 뿌리깊이 박힌 '기업들만 거래하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옥외광고를 법까지 어기며 광고효과를 얻고자 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해당 중구청이 기업은행에 본점 광고물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상 명백히 법을 어겼다는 내용의 공문을 수차례 보내고 현수막을 거는 식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기업은행은 이를 모르쇠로 일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중구청의 끊임없는 광고물 철회 요구와 함께 광고효과를 위해 보행자의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판여론이 들끊자 기업은행은 지난 6월 건물 외벽의 광고물을 자진 철거했다.

최근에는 '길거리 점포 사업'의 일환으로 인천시에 제시했던 '스마트 버스승강장' 사업을 버스 승강장 내 ATM 설치 허가에 대한 결론이 명확하게 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여, 1호점이 서비스 개시 일주일만에 철거되는 사태를 맞기도 했다.

'스마트 버스승강장' 사업은 버스정류장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결합사업으로 기업은행이 올 연말까지 동인천역, 신세계백화점, 길병원, 부평역, 계양CGV 등 인천 주요지역의 버스정류장 35곳에 '스마트 버스승강장'을 만들어 주고, 대신 정류장 옆에 ATM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겉으로 보면 인천시는 정류장 정비에 소요되는 예산 11억원 정도를 아낄 수 있고, 기업은행은 ATM 운영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부상조'의 구조이지만, 기업은행이 정류장의 ATM 설치를 통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독점할 수 있는 데다 공공장소인 승강장 운영의 공익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시의회 의원들의 반대로 급기야 '특혜' 의혹까지 일으키며 조 행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5일 열린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 김병철(민·서구 3) 의원은 "시가 스마트 승강장을 사업을 추진하고 시범설치까지 하고 있는데 그 어떤 정보도 의회와 공유되지 않고 있다"며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시행하다보니 특혜시비 마저 불거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시는 스마트 버스승강장 사업을 통해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공공장소인 정류장을 특정 업체에 넘겨주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며 "기업이미지 광고는 결국 돈장사하라고 시가 자리를 마련한 것과 다름없고, 이는 예산 절감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낭비로 볼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수영(진·남구 4) 의원은 역시 "기업은 이윤을 노리고 사업을 벌이는데, 과연 정류장이 공익적으로 관리될지 의문이다. 현재 특정업체만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특혜시비가 나오는 것"이라며 시의회로부터 사업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때까지 추가설치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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