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이규남, 정단비 기자] 올 한해를 마치며 월급 빼고는 다 오르는 것같은 물가 상승에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미 FTA 발효 두고 시끄럽던 올초를 지나 후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불황의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해 동안 '핵안보정상회의'나 '여수엑스포', '녹색기후기금(GCF)' 등 대외적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기도 했지만, 그 사이 부동산 시장의 불황, 자영업자들의 줄도산, 나라의 부채는 3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시화연풍(時和年豊)을 내세우며 화합의 시대와 경제 성장을 약속했으나, 현 정부가 끝나가는 지금 국민들은 구세제민(救世濟民)을 외치고 있다.

▲ 한미 FTA 발효…ISD 조항 등 논란 이어져

지난 2006년 공식 협상을 시작으로 7년간 끌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가 촛불시위 등 반대를 뒤로하고 지난 3월15일에 발효돼 종지부를 찍었다. 이에 따라 미국 측 부품수입관세(최대 4%)가 즉시 철폐되고 현지 생산이 증가하면서 자동차부품 대미 수출이 14.4%(3~10월 기준) 증가하는 등 수혜를 입고 있는 분야가 있는 반면, 농축수산물 분야는 아직까지도 잡음이 끊기지 않고 있으며 이와 함께 대표적인 피해산업으로 꼽히던 제약계 역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대한 대책마련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ㆍ국가 간 소송제도(ISD) 조항은 최근 론스타 사태로 다시 그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 경제민주화 바람, 특명 '양극화를 해결하라'

이번 제18대 대통령선거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경제민주화'였다. '비대해진 재벌 구조의 재편'에 목적을 두고 각 후보들은 법인세 인하, 출제순화제도 등 경쟁적으로 여러 정책들을 쏟아냈으며, 그 과정에서 양극화된 소득구조의 개선과 시장독점 방지, 중소기업의 공정거래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면서 대기업 소유 구조, 골목상권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박근혜 당선인은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보다는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중점을 뒀다고 밝혀 전면적인 재벌개혁을 공약한 야권의 문재인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했으며, 핵심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기업집단 불법·사익편취 행위 근절' 등이다. 하지만 '경제 민주화'는 정확한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 무리한 지배구조 개편보다는 일감 몰아 주기나 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행위 개선에 초점을 맞추되 순환출자나 금산분리는 속도를 조절해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박 당선인의 행보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 기업+가정+정부 부채 3000조원 육박

2012년 상반기만으로도 가계와 기업, 정부의 부채가 29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2859조원이었던 부채가 6개월 만에 103조원이 늘어난 2962조원을 기록하며,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 3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의 경우 2010년 1000조원, 2011년 말 1103조원을 넘어선 이후, 올해 상반기 말에는 1121조원을 돌파해 올해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922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자영업자를 포함할 경우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위기의 자영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영업자 수도 불황 속에 둔화되는 양상이다.

▲ '핵안보정상회의' 50여개국 정상 서울로

지난 3월 26~27일 서울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는 핵안보에 관한 실천적인 비전과 이행 조치들을 제시함으로써 핵과 방사능 테러로부터 자유로운 세계 실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핵안보 정상회의' 각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서울 코뮈니케'에는 핵물질을 감축하고 감시를 강화해 핵 테러 가능성을 낮추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서울정상회의는 워싱턴정상회의의 합의 사항들을 진전시켜 나가는 동시에 새로운 실행 목표와 조치들을 창출했다. 특히 각국이 고농축 우라늄 같은 핵물질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안을 내년 말까지 제시하기로 한 점은 최대 성과로 꼽힌다. '2012 서울핵안보정상회의' 개최는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의 능려과 위상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 글로벌 경기 침체…서민 경제도 '불황의 연속'

지난 2008년부터 몰아친 세계적인 경기 불황은 올해에도 지속됐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로 재정위기에 봉착했으며, 미국·일본의 부채문제, 중국의 경기둔화 등이 겹쳐 동반 추락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S & P는 지난 2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을 1~2단계 강등시켰으며,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이 차례로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설이 나돌기도 했다. 특히 미국에서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측은 2018년까지는 세계경제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속되는 경제 불황에 우리나라 서민경제도 허덕이고 있다. 소비나 저축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국민총처분가능소득(2012년 2분기)은 318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318조7000억원보다 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은 사실상 제로이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4분기(-1.5%) 이후 3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 UN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선출

한국이 15년 만에 2년 임기의 UN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 2차 투표에서 한국은 전체 193개 회원국 가운데 3분 2를 넘는 149개국의 지지를 얻은 이번 유엔 안보리 진출은 한국의 신장된 국력과 함께, 유엔 평화유지활동 등을 통한 국제평화 및 안보 분야에서의 기여 실적과, 앞으로의 기여 능력에 대해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관측된다.

▲ 여수엑스포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

'지구촌의 축제'라 불리며 기대를 한껏 품고 개막한 '2012 여수세계박람회'(EXPO 2012 YEOSU KOREA)가 여수선언 채택을 끝으로 93일간 관람객 820만명을 동원하며 성공 개최라는 평가를 받고 폐막했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한 지구촌 최대 해양 축제이자 바다를 주제로 한 첫번째 박람회인 여수엑스포는다채로운 전시콘텐츠와 1만3000여 차례의 풍부한 문화공연 등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여기에 국가브랜드를 높이고 해양이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남해안권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수요예측 실패, 개장 초기 엑스포장 운영미숙과 뒤늦은 관람객 유치책 마련, 사후활용 계획 미확정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 인천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인천 송도가 194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국제금융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을 유치하는 쾌거를 이뤘다. GCF는 선진국들이 갹출한 기금을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방지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한국은 강력한 유치 경쟁국이었던 독일을 제치고 인천 송도에 사무국을 유치했으며, 이로 인한 국제회의와 행사 등으로 관광, 숙박, 레저, 교통, 쇼핑 등 직간접적인 경제적·사회적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 세계은행 '한국계' 김용 신임 총재

지난 7월 한국계 '이민 1.5세대' 김용씨가 아시아계로는 최초로 5년 임기의 세계은행 12대 수장에 취임했다. 1944년 세계은행 설립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김 총재는 세계은행의 대주주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의 지지를 얻어 최종 차기 총재로 확정됐다. 서울에서 태어나 5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김 총재는 20여년간 하버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결핵 퇴치와 국제 의료활동에 앞장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에 지난 2009년에는 다트머스대 제17대 총장으로 선출, 미국 동부 8개 명문대학을 지칭하는 아이비리그의 첫 한국계 총장이 되기도 했다.

▲ 삼성전자-애플 특허 충돌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던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특허 침해 여부를 둘러싸고 글로벌 소송전을 벌였다. 양사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 10여개 국에서 30여건에 걸친 전방위 소송전을 전개했다. 애플은 디자인 특허와 사용자 환경(UI) 등의 특허로 공격했고 삼성은 통신 특허 등으로 반격했다.
지난해 4월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연방 북부지방법원에 소송을 내면서 시작된 소송전은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북부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에서 삼성이 10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배심원 평결을 얻어냈지만 한국 법원은 같은달 1심판결에서 애플이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또 미국을 제외한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는 삼성의 비침해 판결이 이어졌고, 애플의 핵심 특허인 '바운스 백', '스티브 잡스 특허' 등이 무효화 판정이 나면서 판세가 기울고 있다. 양측은 세계 각국 법정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는 한편 삼성의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 애플의 아이폰5 등으로 소송 대상을 확대하고 있어 양측간 법정 전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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